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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179

20210606 - Replicant # 창조주와 피조물 니어 오토마타는 꽤 잘만든 게임인 것 같다. 고딕풍의 덕후 캐릭터 느낌은 어디가서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도 캐릭터 자체는 꽤 매력이 있다. 예쁜걸 좋아하는건 변함없지만, 난 예전부터 좀 당차고 능동적인 모습의 여자가 취향인가보다. 오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2B의 이야기보다도 아담과 이브라는 남성형 캐릭터였는데, 얘네들은 "기계생명체" 라는 녀석들이 창조해낸 또 다른 인간형 생명체이다. 게임에서 "이성인" 이라는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의 존재가 나오는데, 기계생명체를 창조한 것은 이들이다. 그리고 이 기계생명체들이 인간이 만든 안드로이드들과 싸우는 것이 니어 오토마타의 스토리. 아담과 이브는 자신들의 기원이 되는 이성인들이 이미 절멸했음을 통보하고, 그 이성인들의 .. 2021. 6. 7.
20210604 - 자동인형 # 코로나 2차 어제는 반차를 내고 두 번째 백신을 접종하고 왔다. 처음의 접종을 할 때도 그랬지만, 코로나가 정말 심각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접종하는 곳은 한산했고, 기다림없이 끝난 덕분에 접종하는데 걸린 시간보다 왕래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예약을 하는 바람에 운전시간이 길어졌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다리를 건너고 공항을 건너는 동안 코로나 이전과 별 차이 없는 차들의 행렬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 휴가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했다. 집에와서는 특별히 뭘 하진 않고 만들어둔 주식 프로그램을 손봤다. 큰돈이 벌리는 느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살펴보면 적절한 타이밍에 손절과 익절을 몇 번 한 것 같아서 이틀 동안 3% 정도 벌었다. 이 모델들은 SM.. 2021. 6. 5.
노르웨이의 숲 오늘은 처음으로 "노르웨이의 숲"을 완독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상당히 알려졌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읽는걸 멀리했었다. 누구나에게 읽힐 수 있는 책이라면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도 있었던 것 같고, 특별히 일본적인 문학이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뭐, 재밌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허망함과 탐색에 가까운 탐미주의. 하지만, 책 전체에서 묘사되는 일본의 풍경들은 그리웠다. "그게. 다시 말해 전체의 90퍼센트는 말도 안 되지만, 나머지 10퍼센트의 중요한 포인트를 나름대로 해석해서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 작중에 나오는 피아노를 배우러 온 한 어린 여학생의 이야기. 피아노로 잘 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고, 더 발전해서 그 쪽으로.. 2021. 6. 3.
20210531 -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오래 전 같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어리숙했다는 이유로 마음이 전달되지 않았던 어떤 기억이 있다. 기억 속에서 나에게 다가와줬던 그 아이의 미소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학교 뒷산에 오를 때면, 그 때의 시간이 가끔 생각나곤 한다. 기억나는 감정은 당황과 설레임, 그리고 아쉬움. 이번 주말은 연휴가 길었다. 나름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고 이것 저것 시도를 해봤는데 스케줄에 빈 공간을 허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어제는 뭐했지? 잘 써지지 않는데 글을 썼던 것 같고, 화요일에 개장할 주식시장을 대비해서 봇을 만들어놨다. 프로그램을 갖고 내 현금을 굴리는 건 처음인데, 만약 돈을 다 잃어버리면 그냥 그것대로 배운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요즘은 주식투자도 기계학습을 적용.. 2021. 5. 31.
20210530 # 타이타닉 타이타닉은 배 자체의 스케일도 대단했지만 처녀 항해때 일어난 사고로 인해 더 유명해졌고, 결과적으로 후대 인류에게는 그 배의 위용이 아닌 타이타닉호 참사라는 사건이 역사의 일부로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타이타닉은 1997년의 제임스 카메론 작이었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를 봤을 것이다. 디카프리오 형은 에드워드 펄롱 급으로 그냥 너무 잘생겼고, 케이트 윈슬렛은 17살인가 그랬는데 그냥 모든게 야했다. 우리나라도 조혼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깐, 예전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이 현재의 우리들보다 사회적으로 조숙했음에 틀림없다. 그 외에도 영국의 귀족들, 미국의 부자들이 나오는 장면들이 인상깊었는데, 영국의 신사도는 유럽에 전반적으로 퍼져있었던 노블리스 오블리제 같은.. 2021. 5. 31.
20210529 #둔감함 "사람들은, 둔감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 카시다 암각문 나는 언제나 좀 예민한 편이었던 것 같다. 친절한 사람들은 그걸 섬세함으로 포장해서 얘기해줬고, 조금 불친절한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얘기해줬다. 전자의 경우를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어떻게 해라, 하지 마라 라고 주문을 넣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내 성격이 예민한 편은 맞는 것 같다. 유전적인 것일 수도 있고 환경의 영향일 수도 있다.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던 것 같다. 기억력은 잊고 싶지 않은 것을 잊지 않게 해주지만, 잊고 싶은 것도 있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 있어서 장단점이 있어왔다. 원한과 은혜같은 것일까? .. 2021. 5. 29.
20210527 - 비오는 날의 풍경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의외로 한국과 거리풍경이 비슷한 나라" 라며 사진들을 본 적이 있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앞으로도 갈 일이 있을지 잘 모르겠는 알바니아 였는데, 동유럽의 한 나라의 뒷골목 모습이 한국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신기했던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대만과 홍콩을 가기 전에 막연한 이미지가 있었던 적이 있는데, 이 나라들을 가보고 한국, 일본과도 그렇게 다르지 않아 - 물론 전통적인 것이나 세세한 부분은 차이가 있겠지만 - 친숙하면서도 한편 사람들의 사는 형태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일본의 경우는 조금 일찍 근대화를 했었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부분이 있는데, 한편 대만의 산속은 또 그런 일본의 산속과 비슷한 풍경이 있었다. 산속에 다니는 전철.. 2021. 5. 28.
20210525 - 삼성헬스 타블렛을 사고나서 생산성이 올라간 것 같아 상당히 만족중이다. 집에 컴퓨터가 너무 많은데 또 사는게 맞나 싶어서 조금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녀석의 활용도가 상당한 편이다. UX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고민을 했을거고, 또 그 안에서 활용할 타블렛 앱들의 UX도 많은 고민이 들어간 것 같은데 덕분에 신세계를 경험 중이다. 예전 에버노트도 많은 기능들이 있었던 것 같지만, 역시 노트는 키보드보다는 펜이다. 그리고 갤럭시면 삼성노트가 맞겠지. PC용 버전도 있어서 잘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 많이 사용하는 것은 역시 스포티파이, 유튜브, 원드라이브, 크롬 리모트 데스크탑, 트위치, neverthink, Khan Academy 등일까? 어쨌든 타블렛과 스타일러스의 조합은 꽤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 2021. 5. 26.
20210523 - 현실의 연장 꿈은 현실의 연장, 현실은 꿈의 끝 언젠가 에반게리온에서 봤던 이 대사는 어렸을 때는 뭔가 멋있어보였고, 조금 커서는 중2병 같았는데, 요즘에는 또 다시 어렸을 때의 느낌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체력 회복이 예전같지 않음을 점점 느끼고 있는데, 한편 요즘은 스트레스와 더불어 수면, 딥슬립 등에 관심이 생기고 있다. 건강을 챙기는 이 상황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필요한거니깐 어쩔 수 없다. 예전에 어른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운동을 하는 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은 안하면 죽을 것 같아서 운동을 한 것이다. 체력이 좋지도 않았지만 특별히 나쁘지도 않았어서 운동을 잘 안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걷는걸 많이 한다. 그리고 느낀점 중 하나는 무엇보다 잠자는게 중요하다.. 2021. 5. 24.
20210522 - 벨테브레와 하멜 6학년 때 우리 동네 학교들은 무슨 시범학교? 같은것들을 해야돼서 커리큘럼이 조금 달랐었다. 원래 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이 전과목을 가르치는 걸로 아는데, 우리학교는 중학교처럼 각 선생님들이 한 과목 씩 맡아서 반들을 돌아다니시며 가르치셨던 기억이 난다. 나는 사회시간을 좋아했는데 6반 담임 선생님이신 박석은 선생님께서 우리 4반으로 오셔서 수업을 재미있게 진행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 분과 개인적으로 친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분의 수업이 늘 기대됐고, 1학기 초, 2학기 초에 나온 수업 계획표 같은 문서를 보면 매주 무슨 공부를 하고, 한학기에 두번 정도씩 애들을 모아서 연극을 하는 수업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애들을 모아서 조를 짜야하는데... 잘 기억은 안나는데 선생님께서 애들 몇명을 골라 연극을 .. 2021. 5. 23.
20210521 - pick up 과거에 비해 점점 고학력자가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윗세대는 야간대학교를 다니거나, 아예 고졸이나 중졸도 많고, 만학도를 존중해주는 분위기도 많았던 것 같은데, 내가 대학교를 갈 때 쯤엔 4년제, 아니 못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본인의 선택으로" 취업전선에 바로 뛰어들거나 2년제 정도는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대학교를 "안 가는" 것은 몰라도 "못 가는" 내 처지가 좀 말이 안되는 것 같았고, 비자문제로 취업도 할 수가 없었던 채로 이상한 역사 하나를 더 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대학교에 갈 생각조차도 못했었다. 요즘은 고졸을 찾기도 정말 힘들다. 한편 늦게나마 대학교에 갔기 때문에 2년 반이라는 세월은 졸업이 다가올 수록 세 가지가 아쉬웠었다. 4.. 2021. 5. 22.
20210519 - 코로나 코로나는 끝나긴 할까? 일본은 올림픽을 하기 싫은데도 누구 하나 멈추자는 말을 못해서 계속 끌고가고 있다. 윗선부터 아래까지 모두 그게 잘못된 것임을 알고있고, 일본의 안과 밖에서도 모두 그게 잘못된 걸 알고 있는데,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도 그걸 못 멈춘다. 그 정도로 일본이 상황이 안 좋아진게 씁쓸하다. 이러다가 돈 많은 사람 하나가 나서서 모든 것을 수습하고, 그걸 잘난척한다며 시기할 사람들까지 달래고자 목숨까지 내놓아야 상황이 정리될 것 같은 무서운 생각도 든다. 90년대를 넘어 아직 디지털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하기 전 2000년대의 초반까지의 일본의 모습은 화려했다. 그게 그들이 80년대까지 벌어놓은 것을 먹고 사는 것이라고는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요즘 시대에 .. 2021. 5. 20.
20210518 - better day # 인연 아직 서른셋이지만, 살아오며 조금 씩은 다른 환경을 겪어올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연으로 나에게 찾아왔고, 그 인연들은 때로는 일시적이고 때로는 오랜 시간 이어져왔던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는 상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에 따라 인연의 중요도나 가치가 결정되긴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인연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걸 끊어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의 경우에도 삶에 불만이 많았다. 어려운 시기들이 반복해서 나를 거쳐갔고, 돌이켜보면 그 시기들이 그저 거쳐갈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에는 그때마다 나를 도와주거나 내가 .. 2021. 5. 19.
20150517 고요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보라 소리 동양문학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읽어왔긴 했지만, 그래봐야 중학생 수준의 것들 이후로는 특별한 목적없이 아무 책이나 읽었던 것같다. 이를테면 "고등학생 권장도서, " "대학생 필독도서" 같은 편집된 목록들이 있었겠지만, 미국에 온 이후로는 학교에서 권장되는 약간의 책들을 읽었고, 개중에는 "호밀밭의 파수꾼" 이나 "세일즈맨의 죽음, " "위대한개츠비" 등의 미국적 가치관이 담긴 재미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진취적인 방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같고, 끝에는 허망함이 있었다. Sweet Thursday 같은 책들도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걔도 허망했던 것 같다. 한편, 한국의 책들은 주로 환상문학을 읽었는데, 내가 읽었던 녀석들이 그래도 무언가의 목.. 2021. 5. 18.
20210514 최근 한동안 다시 글을 쓰게 되면서 나에게 일어났던 변화들과,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졌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잘하는 것이 뭔지, 내가 어떤 것을 사랑하고 기뻐했는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내려간 글들을 돌려보며 많은 생각이 들지만, 역시 글을 쓰는 건 내 성격에 맞는 것 같다. 글에는 퇴고라는 개념이 있다. 옛날에 키케로가 퇴고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는 많은 것을 서술할 수 있었다. 그래봐야 키보드워리어라서 깝치다가 안토니우스한테 손목을 짤리긴 했지만... 퇴고의 장점은 생각이 완성되기 전까지 수정할 수 있다는 것. 말과는 다른 힘이 있다. 그리고 글이라는 tangible한 것으로 남기기 때문에 정립된 하나의 체계로 남을 수 있는 것. 나는 글쓰는 것을 사랑한다.. 2021.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