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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한국어

retro

by 스프링데일 2021. 6. 11.

# 복고 레트로

2000년대에는 복고가 유행했었다. 줄여입는 바지와 치마부터 그것에 어울리는 가방 등의 악세사리까지 약간은 90년대의 감성이 살아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2000년대 후반까지는 갔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바지를 줄여입었고, 뾰족한 무광구두, 짭페라가모구두 등등도 기억난다. 그 이후 2009년에 한국에 갔을 때는 삼촌의 대학생 때 시절 사진들을 봤었는데 (삼촌은 잘생겼고 나름 멋쟁이였다) 80년대였을 학생시절의 시절 삼촌과 친구들의 헤어스타일이나 옷 등의 패션이 2009년 당시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아서 신기했고 이를 삼촌께 여쭈었더니, "유행이 돌고 도니깐 그렇지" 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문화가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요즘은 그 때 감성을 찾아볼 수 없지만 (아마 인기가 시들었으리라,) 그 당시 레트로는 하나의 문화였던 것 같다.

이후에 나는 동방신기의 일본 패션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정장을 베이스로한 그 형들의 약간은 날티나는 모습이 멋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지드래곤이 (당시 내 눈에는) 자꾸 이상한 패션을 시도했는데 그게 좀 한국 밖에서도 잘 먹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블랙핑크가 "전세계적인" 하나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것에 경천동지하게된다. (BTS도 물론 멋있는데, 보이패션은 솔직히 그 전과 비교했을 때 근본적인 면에서 많이 바뀐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은 정말 대단해

# 리메이크 커버 리마스터 소재반복

이렇게 레트로가 한 가지 문화로 자리잡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리메이크가 대세가 되어버렸다. 2010년 초반에 아이유가 꽃갈피를 냈을 때는 너무 좋았지만 그 이후에는 너도나도 리메이크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작곡가들이 새로운 노래를 작곡할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보다도 소비자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 보다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꾼 것" 을 더 요구하는 것 같고, 그래서 요즘은 계속 옛날 노래 무언가를 요즘 가수 누군가가 부른 노래들이 심심하면 들린다.

이는 비단 한국음악만의, 음악만의 얘기는 아니다. 일본음악도 마찬가지고, 요즘 듣는 lofi 향의 노래들도 이런 리메이크나 커버를 한 노래들이 정말 많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주제곡은 맨날 여기저기서 리메이크되고 있고, 피아노로도 나왔다가 남자도 불렀다가 여자도 불렀다가 애기도 불렀다가, 다른 악기로도 나오고, 제목만 바꿔서도 나오고.. 사실 이런건 일본애들 특기이긴 하다. 창조할게 없어서 - 또는 인기가 없어서 - 있는 것에서 계속 변화를 주는 것.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건 과거에는 일본의 특성일 수도 있었겠지만, 요즘은 전세계가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90년대 나왔던 명탐정코난 극장판이 요즘은 22기, 크레용신짱 극장판이 28기가 나오고 있고, 에반게리온은 얼마전에 끝났다, 한 25년만에. 이것들은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과거의 소재를 계속해서 재탕하는 점에서는 리메이크가 맞는 것 같다.

게임도 마찬가지. 와우 클래식, 디아블로, 니노쿠니, 바람의나라 연, 리니지 등등..
파이널판타지 7 리메이크가 나오고, 니어 레플리칸트도 나왔다.
스타크래프트도 리마스터가 나왔고 용과같이는 불과 10년 만에 리마스터로 나오고있다.
영화도 패스트퓨리어스8 같은게 나오고 있다.

이런건 극히 일부다.

한 10년 전쯤에 삼성이랑 애플이랑 싸울 때, 한 아이폰 33이랑 갤럭시 29 정도가 나와도 계속 싸우고 있는 미래만화를 본 적이 있는데, 아이폰도 13이 곧 나오고, 갤럭시도 건너뛰긴 했지만 21까지 왔다.

# 번안

기술의 발전이 지금보다 조금 느리던 시절, 유튜브가 없었을 때는 다른 나라들의 노래를 접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덕분에 다른 나라의 노래들을 가져다가 표절 또는 번안해서 작곡한 노래들도 많았고, 당시에는 문화권 간의 교류가 지금같지 않아 외국 문화를 소개한다는 명분, 또는 어차피 대상 국가의 국민들은 해당 노래들이 새롭기 때문에 창조한 것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아직 리메이크 보다는 번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좀 더 많겠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라지긴 할 것 같다. (음악만의 얘기는 아니다) 그치만 번안은.. 결국 리메이크다.

# 한국적인 것

어떤 사람들은 전세계에 한국 문화를 (=한류) 알리기 위한 맥락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말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BTS랑 블랙핑크가 잘나가는건 한국적일 뿐만이 아니라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에서 먹힐만한걸 내놓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봤던 다큐멘터리 중에 예고에서 판소리를 전공한 어떤 여자아이가 영국에 가서 판소리로 버스킹을 하는 것을 보았다. 반응은 시원찮았다. 그 아이가 실력이 어땠는지는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그냥 "정통" 판소리가 외국에서 먹힐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국내에서도 마이너한 (전통적인 것과는 다른) 것을 외국에다가 강요하면 당연히 안먹힌다. 따라서 그 아이는 풀죽을 필요도 없다.

얼마전에 몽골 전통음악을 들어봤는데, 좋다 나쁘다 보다도 그냥 그런게 있구나.. 싶은 정도였다. 몽골사람들도 판소리를 처음 들으면 그러겠지?

다 좋은데 꼰대는 되지 말자, 문화에 우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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