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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20231223

by 스프링데일 2023. 12. 24.

#랩탑
회사는 연말에 늘 약간의 돈을 준다.  입사 초반에는 그걸로 살게 많았지만 해를 거듭하며 결핍되었던 것을 하나씩 사고, 산 물건들이 고장나지 않아 더 이상 새로운 것들이 필요해지지 않게되면, 드디어 올해는 무엇을 사야될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이번에도 살만한 것들은 있었다.  전화기나 냉장고 같은 것들은 조금 비싸긴 했지만, 랩탑을 사는 것은 어떨까 싶은 마음에 조금 알아봤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사실, 나는 회사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렇게 집에서 컴퓨터를 많이 하지는 않는 편이다.  수 많은 게임들과, 글쓰기, SNS 등은 시간이 지날 수록 시간이 없어짐과, 그리고 간편한 것은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있었기에 나는 더 이상 집에서 컴퓨터를 켤 일이 많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샀던 랩탑은 내가 입사하고 4년차 쯤이었으니 이제 거의 7년이 된 것 같다.

배송은 금방 왔지만, 생각보다 불량품이 왔는지 일주일 정도만에 전원이 안들어왔었다.  예전의 나라면 이걸 열심히 뜯고 스스로 고쳤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게 귀찮아졌다. 물론 이 녀석도 조금은 수고를 들여 뜯었었다.  그렇지만 뜯고나자 펼쳐진 내부의 모습들은, 이것들을 괜히 헤집어놓았다가 다시 원래대로 짜맞추기가 너무나 번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재빨리 닫아버렸고 수리를 보냈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수리센터가 동부에 있다.  집 앞에 UPS로 보냈는데, 몇달 전 다녀온 뉴저지의 그곳이다.  맞다 거기 우리 법인 본사가 있었지.  아무튼 금방 고쳐졌고, 연휴 전에는 집에 도착했다.

eGPU를 쓰고있었는데, 이전에 상필이 덕분에 좋은 그래픽카드를 받았기 때문에 GPU가 안달린 랩탑을 잘 활용할 수 있었고, 이번에 상필이가 더 좋은 그래픽카드를 줘서 나의 집에 있는 개인용 랩탑은 그 어느때보다도 성능이 좋아졌다.  펜티엄3 카트마이, 펜티엄3 866EB, AMD x2 3800+ 뭐 이런.. FSB와 멀티플라이어를 열심히 곱해가며 오버클럭도 하며 놀았던 나는 그 당시 생활의 대부분을 온라인에 적을 두고 있었다.  그것은 나를 외부로 연결하는 창이었고, 말도 안통하는 미국에서 점점 움츠러들던 내가 유일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  재밌는 것도 너무나 많았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도 보고 게임도 하고, 드라마도 보고, 서버도 만들고, IRC 채널을 만들기도 하고.. 많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때의 열정들은 어디서 나온걸까? 아마 현실에 신경쓸 일이 없으니 가능했던 것도 있었을 것이고, 무언가가 망가지면 스스로 고쳐야했던 이유는 스스로 고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돈이 없었다)

그렇게 제한된 성능의 컴퓨터는 언제나 나에게 무언가의 결핍을 안겨주었고, 나는 항상 제한된 상황에서 뭔가 최대의 것을 해내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의 나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덕분에 쓸데 없는 것에 시간낭비는 하지 않게 되었지만 심심해졌다.  취미라도 만들까? 뭘 해야 재밌을까?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이 좋긴 한데, 사람 만나는 것은 너무 피곤하다.  너무 모순적이고.. 아무튼 그렇다.

새로운 랩탑을 가지게 되었지만, 나는 집에서 컴퓨터를 안 한지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세팅이 끝나고나니 뭘 해야될지 막막했다.  게임 몇개를 깔아보았다.  재밌는 것들이 몇개 있긴 한데 조금 하다보니깐 귀찮다.  모든게 이렇다.  그냥 허망하고, 귀찮기만 하다.  이러다가 나이들겠지?

직전에 샀던 7년 전의 랩탑은 당시에는 꽤 큰 돈을 줬었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느려지긴 했지만 못 쓸 정도는 아니다.  2000년에 1993년산 컴퓨터를 쓰는건 말이 안되는 일이었는데, 2023년에도 2016년산 랩탑은 어느정도 돌아간다.  단지 내장 배터리 수명이 안좋아 새로운걸 사서 갈아꼈는데, 이제 다시 쓸만한 정도가 됐다.

나는 이제 랩탑이 3개다 (회사꺼 1개 포함) 그리고 갤럭시 탭 울트라도 있다.
미친ㅋㅋㅋㅋ이것들을 어디다가 써야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갤럭시 탭은 피아노 악보를 위해 큰 화면이 필요했고, 사는 김에 성능이 좋은 걸 사고 싶어서 당시에 무리했는데 지금도 악보로만 쓴다.  그저 이렇게 사다보면 내년에도 또 뭔가 전자제품들이 늘어있겠지

언더테일은 조금 스토리가 괜찮은 것 같아 취향이 비슷한 정우에게 추천해볼까 싶다.

#경찰
나는 경찰에게 트라우마가 있다.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건 아닌 것 같고, 그냥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때 마지막으로 도움을 청하는 곳이 경찰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던 것 같다.  그때의 그 감정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기 직전이었던 것 같고 어렸을 적의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가정이 무너진다는 것은 사회성/관계 등의 근본이 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고, 아마 나는 앞으로도 누군가와의 관계형성에 대해서 부족한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의 세상 속에 살때 너무 오타쿠적인 것들에만 심취해서였을까? 나는 약속이 중요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약속을 잘 하지 않는 편이고, 약속을 강요당할 때는 언제나 도망가는 것 같다.  회사에서는 그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올 한해동안 내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은 어떻게든 지키려고 했다.  일년을 뒤돌아보니 어떻게든 그렇게 된 것 같아 안심은 되는데, 내년에도 이렇게 해야될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약속을 지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싫지도 않았다.  내가 원했기에, 내가 결정할 수 있던 것이기에 했을 뿐.

나에게 있어 경찰이었다는 것, 종교를 믿는 누군가들은 그런 감정을 신을 통해 치유받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피곤하고 고독하다.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성격상 아마 반려자 같은 것을 찾는 것은 어려울 지도 모른다.

부부의 세계를 다시 봤는데, 이태오는 와이프한테도, 바람피는 여다경한테도 엄청 스윗하다.  나는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리가 없다.. 어차피 결혼은 못할 것 같다.  나이가 드니깐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살아간 사람들의 삶도 조금 씩은 보이게 되는데 문득 마광수가 생각났다.  이 사람도 마음 속에 좀 똘아이가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인정받지 못했다기보다는 너무 특이했기에 고독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는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늘 고독했고 우울했던 것 같다.  나도 우울한 걸까?  고독한 건 맞는 것 같다.

마광수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재밌는 아저씨였는데 그 본인은 아마 누구보다고 심심하고 우울했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는데, 그럴 수 있을까? 아 너무 심심하다.  그렇지만 마음의 안정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화려한 일족

나는 2008년 쯤 일드 "화려한 일족" 을 매우 감명깊게 봤었고, 독후감 비슷한 것도 썼었다.  찬란한 텟페이는 열심히 살았지만 마지막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게 두 번째 드라마였는데, 2021년에 새로 드라마를 찍었더라.  이제는 좆고딩의 감성을 가졌던 그때와 달리.. 아마 거의 나이가 두배쯤 되었다.  그 때는 미국에 온지 6년, 이제는 22년.  열심히 살아봐야 어차피 다 죽고 없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안 살면 심심하니깐 열심히 사는 것은 맞다.  그런데 뭔가 유대감같은 것을 나도 갖고 싶은 걸.  그렇지만 너무 힘들다.  내가 원하는게 정말 뭘까? 남을 돕고 싶은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그럴려면 650억은 있어야한다.

[문학] 山崎豊子 - 華麗なる一族(화려한 일족) (konayuki.kr)

나는 자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 편이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도 어릴 때 누군가가 결혼에 대해 얘기하며 했던 말이었다.  "내 편이 생기는 것"  그 말을 해줬던 사람이 그 당시의 나에겐 정말 중요한 사람이었는데, 글을 쓰는 지금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체가 있는 것은 허망하다.

#데미안
어제 이걸 보고 울었다.

 
#돈
나는 큰 돈은 없지만, 지금은 내가 갖고 싶은건 거의 다 가진 것 같다.  먹고 싶은게 있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도 얼마든지 갈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650억 정도는 갖고 싶다.  무엇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간 날때마다 돈 버는 방법이나 계획을 노트에 하나씩 적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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