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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20230904 - 파친코, 대장금

by 스프링데일 2023. 9. 5.



오랜만에 찾아온 연휴는 약간의 게으름을 허락해 주었다.  먼 곳에서 갑자기 들린 친구는 행복한 소식을 전해주고 다시 자신의 길을 떠나갔고, 덕분에 학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런 자리를 예상하지 못해 조금은 어색했지만, 어차피 인연이 되면 다시 볼 것이고 인연이 되지 않는다면 무수한 인파 속을 헤쳐나가는 것과 비슷한 것이리라, 약간은 정적인 형태로.

토요일 오전은 등산을 갔고 오후에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일요일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진 않았지만 동시접속자라는 지표를 어떻게든 보고서에 포함하고 싶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과적으로는 조금 타협하게 되었다.  200억 줄이라는 것은 컴퓨터의 자원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 같다.  정확도를 낮추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의미 있는 지표가 나온 것 같고, 이제 다음 주부터 배포만 하면 될 것 같다.

코드를 쓰면 보통은 금방 결과를 뱉어내지만, 어떤 것은 30분 가까이 걸린다.  그리고 30분 이상의 작업의 필요여부는 우선 30분을 기다려야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코드를 고치는 시간 말고도 기다리는 시간들도 많았던 일요일과 월요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유튜브를 켰다.  얼마 전에 요약으로 보았던 파친코를 조금 더 긴 요약으로 3시간 정도를 보았고, 대장금을 6시간 정도 보았다.  이 두 드라마는 언제나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관심이 가게 만든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재일교포들의 이야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러 가지 풍파를 겪어왔던 선자 할머니와, 그들의 후손들이 현대까지 뿌리내려온 과정들을 보여준다.  원작자가 나와 같은 재미교포여서였을까? 그리고 관심이 없었던 나의 뿌리와 연결되어서였을까? 나는 선자 할머니를 보며 이제는 조금은 잊힌 나의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마 선자가 노아를 따라 일본에 갔을 때가 나의 조부모님들과 비슷한 시기였을 것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고생을 했던 것 같고, 해방 후에는 어떻게든 한국으로 돌아와 기반을 일구셨던 것 같다.

할아버지의 피아노 에피소드를 알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방관자적인 교포의 입장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국에서 감사한 분들을 만났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에게도 기본적으로는 호의적인 편인 것 같다.  그들은 그들의 역사를 배우고 있고,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살아간다.  사실 그렇게 서로 싸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근대화를 시작한 일본의 새로운 지배층들은 외국에서 만연했던 제국주의까지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왔기 때문에 아시아의 다른 민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는 정치의 관점일 뿐이고, 각 민족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저 자신이 속한 나라에서 주어진, 그리고 그 주어짐의 정도가 달랐기 때문에 생긴 민족 간의 갈등과 차별.  그런 일들은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고, 잊을 수 없는 악몽을 남겼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가진 신분 등의 주어진 것을 통해 그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일뿐이다.  일본의 소시민들은 종속적인 형태가 한국과 중국보다 더 심했기 때문에, 그들의 지배층이 잔인해졌을 때 그대로 따라갔을 것이고, 당시 그들이 가진 것들이 조금 더 강한 것들이었기에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그들이 남긴 과거의 업보 덕분에 몇 대를 지난 후손들이 여전히 원죄에 시달려야 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차별과 부조리함을 동반한 고통의 시간들 속에서 나의 조부모님들, 그리고 선자 할머니를 포함한 재일교포들은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나는 모든 장면을 보며 그저 울적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세 가지 장면이 기억난다.

하나는 선자가 할머니가 되어 고국 땅을 밟았을 때 느꼈던 해방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솔로몬이 자신이 추진하던 부동산 사업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금싸라기 땅의 소유주였던 재일교포 할머니와 교감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내던지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며 밴드 앞에서 그저 온몸을 흔들어재끼며 보여준 해방감.  그리고 하나가 솔로몬에게 했던 말, “네가 아무리 좋은 학력을 갖고 경력을 가진다고 해도 그들은 네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까지만 희망의 문을 열어놓을 뿐이야.”

오늘 일본 제국주의의 부당성 같은 것들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2인칭과 3인칭을 만들어 고하를 정하고 때로는 적대한다.  이것이 거역할 수 없는 동물이나 사람의 본성일까 싶어 두렵다.  그렇지만 사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결국 동물일 뿐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힘든 점을 타인에게 전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모든 갈등은 그렇게 너무나 간단한 이유로 시작된다.

몇 달 전에 영문 책을 사긴 했지만, 영어 책은 지금도 너무 졸리다.  아마존에서 정가의 두 배를 주고 한국 책을 샀다.

나는 앞으로 재미교포의 삶을 그냥 이렇게 살아가게 되는 걸까?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연말이 되면 모든 것이 조금이나마 선명해질 것 같다.  나는 조만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결국 내가 가장 중요한 해야 할 것 같다. 거짓말을 하지 말자.  정확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그래도 안되면 이번만큼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최악이라고 해봐야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거나 잘리는 것뿐이다.

경쟁사를 이해하기 위해 산 전화기에는 우리 회사의 앱들만 많이 깔아놨다.  

아,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었다.  폭발 후 후쿠시마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나는 후쿠시마가 생각보다 안전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면 왜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의 경제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게 올라갈 정도로 그렇게 일본 관광들을 많이 가고, (그들의 관점에서) 오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일본의 자연을 느끼고 그런 일본의 자연에서 생산된 음식들의 먹방을 하러들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오염수 방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관광객과는 다른 그룹인가? 그걸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인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텐데.

무엇보다 오염수에 문제가 있다면, 일본 자신이 가장 걱정해야 한다.  한국이나 중국까지 닿는 게 문제가 아니고 그전에 일본 자신의 입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방류를 진행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것, 설령 한국이 위험해지더라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이미 일본은 망하고 난 뒤일 것이다.

사실 정말 오염이 문제라면 10년도 넘은 지금 시점에서 이젠 일본에서 기형아 관련 뉴스라도 나왔어야 하지만 그런 것이 없는 것을 보면, 나는 구태여 부스럼을 만들더라도 방류의 행동 자체는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을 적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방류를 반대하는 입장이 뭔가 한국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사실 반대하는 사람들과는 생각을 공유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나는 언젠가 후쿠시마에 다시 놀러 갈 것이다.

홍범도/이회영 얘기는 조금 가슴이 아프다.  홍범도가 소련군에 들어간 시점은 사실 독립 전이다.  그리고 분단 전까지는 소련도 미국, 중국과 더불어 한국의 독립을 지지해 준 국가이다 (포츠담, 얄타.)  물론 그들이 지지한 한국은 결과적으로는 북한이었지만, 적어도 홍범도가 복무하던 시점에서는 그런 것은 없었다.  이런 점에서는 운동권들의 입장도 지지하지만, 어차피 운동권들은 여기까지는 생각 안 해보고 반대하는 중이라 나는 그들과 뜻을 같이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국군의 상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사실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는 것도 취지에 맞기는 하는데, 그들에게 소련의 협력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이렇게 독립유공자들의 명예를 훼손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는 하다.   옮기든, 어떻게 하든, 한국과 (그리고 북한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독립운동가들은 양국에서 정치적인 의미 없이 함께 존중해야 할 것이다.

대장금은, 고난과 역경, 극복과 전진의 연속이다.  나는 어쩌면 대장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하지만 뜻있는 일을 위해 장금이처럼 모든 것을 걸 수 있을까?  잃을 것이 별로 없고, 목숨을 내놓을 필요는 없기에 그렇게 겁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피곤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 귀찮다...

장금이 누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모함을 당하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예전 나의 모습도 생각나고, 또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이런 것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머리가 아프다.  몇 명의 사람들은 무능하고, 거짓말을 하고, 부지런하다.  이런 사람들도 분명히 조직의 입장에서는 쓸모가 있기에 데리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일단은 조금 더 경험을 해야 그런 사람들, 혹은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의 입장이나 본질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은 윤미향이 또 얻어맞고 있다.  윤미향은 뭔가 나름대로의 뜻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지만 수천만 원을 횡령하는 좀도둑 같은 횡보를 보이면 그 뜻을 이루기가 어려울 것이다.  만약 사익을 위해 저지른 횡령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절차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건 재일교포들까지 기만한 행위일 것이다.  노회찬이 왜 결국 할 수 있는 게 자살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미향이 죽어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면, 당당하게 죄를 고하고 사람들의 관용을 구해야 한다는 것)

얼마 전 외로워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맞는 말일 지도 모르겠다.

일단 나부터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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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turebe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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