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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20231213 저출산 / 정예화

by 스프링데일 2023. 12. 11.

한국의 저출산이 유래없을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한민족 역사상 이렇게까지 출산율이 떨어진 적이 과거에 있었을까? 한달 전 쯤 한국에 다녀온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었었는데, 요즘 유튜브는 여러가지 언어로 한국의 저출산에 대한 브리핑들을 추천해준다.

한국인도 아니게 된 내가 참견하는 것은 쓸데없는 참견인 것 같지만 그럼에도 내가 한국을 고향의 나라 정도로는 생각하는 걸까? 한국의 인구가 조금 줄어든다는 소식이었으면 별로 신경도 안 썼을 것 같지만 2등과도 꽤 차이가 나는 저출산율을 보고있자면 괜히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다.

한달 전쯤 다녀왔던 한국은 정말 추웠다.  거리에 사람들은 많았지만 활기찬 느낌은 아니었고, 다들 힘들어보였다.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했던 나도 피곤한데 날마다 대중교통으로 한두시간씩 출퇴근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마나 피곤했을까?  금요일 저녁 지하철을 탔을 때 보았던 퇴근길 9호선 급행의 사람들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것 뿐만은 아니었다.  클럽이나 술집, 찻집들을 가보면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정말 재밌어보였다.  이런 곳들은 활기차 보였다.  화려한 불빛들과 울려퍼지는 음악들을 뚫고 나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들.  식당들은 화려하고 최첨단 기술들을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해서 사람대신 로봇들이 음식을 전달해준다.  (중국은 도입이 더 빠르다고 한다)

왜 한국의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을까? 한가지는 “정예화” 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그렇게 무한한 경쟁으로 밀어넣으니 낙오자들은 있을지언정 결과물로 나온 낙오하지 않은 사람들은 능력있고 똑똑할 것이다.  그들은 배우자를 정할 때도 조금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상대를 찾고,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한 명만 낳는다.  나 때는 한 명만 있는 집이 없었다.  물론 세 명 이상도 많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둘은 있는 것이 당연해서 친구를 사귀더라도 형제자매의 유무를 묻는 것이 어색한 질문의 주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한편 그런 경향이 지속된 결과는 확실하다.  입사과정까지 수능치듯이 진행하는 한국의 직원들은 훨씬 똑똑하고 능력있는, 마치 검증된 것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솔직한 말로, 이 곳의 한국인 직원들은 나를 포함해 부족한 부분이 더 많아 보이는게 현실이다.  우리들이 한국에 있었으면 과연 취직이 가능했을까? 한가지 이점이라면 영어를 더 잘한다는 것.  단지 그것 하나 때문에 한국의 사람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맞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여기 있는 한국사람들은 반대로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우를 받는다.  쥐어박고싶은 사람들이 몇 명있다..

이렇게 경쟁 속에 한국 사회에서 검증된 능력자들의 대부분은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서만 경쟁을 한다.  토스나 카카오, 쿠팡은 물론 대단한 회사들이다.  거기는 국내외로 많이 공부한 똑똑한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자기들끼리만 경쟁하고 있다.  그 안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본 것들 중에 가시적인건 많이 없어보였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회사들은 최상위권 아니면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었다.  중간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들이 한국 내의 파이로만 자기들끼리의 경쟁을 하고 있었다.

한국의 파이는 커졌다.  많은 사람들이 잘 살게 되었고, 커져버린 파이 안에서 경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해보인다.  검증된 능력자들은 여전히 본인들끼리 겨우 연봉 몇 천만원 차이로 서로 급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노는 것도 남들보다 잘 놀아야된다는 강박적 경쟁이 또 존재한다.  젊은 사람들은 집을 사지 못하고 자신들의 여가에 투자한 결과 유흥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엔터테인먼트나 뷰티가 세계에서 통할 정도니깐.  한국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게 노는 것 같다.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는 여전히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림으로 가는 길에 지나간 서울대입구는 몇년 전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사실 예전처럼 외국의 문화가 들어오는 것과는 다르게 요즘의 한국은 전세계로 문화를 수출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모든게 빡세보일까? 야리코미를 잘하는 장인정신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밖으로 뻗어나갔다.  뻗어나가는 것도 정날 빡세게 뻗어나간다.  미국 내 박사 배출 탑3라고 한다.  한편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세상에 필요 없는 건 영웅, 현자, 성자.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건 멍청이, 얼간이, 바보."

나이가 조금 먹은 지금은 이 말에 전부 동의할 수는 없다.  영웅, 현자, 성자가 세상에 필요 없지는 않다.  하지만 멍청이, 얼간이, 바보를 포함해서 사람들이 없으면 세상이 굴러가지 못하는 건 맞을 것이다.  분명히 한국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지만, 한국을 빛나게 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늙을 것이다.  80년대 일본의 주역들이 현재는 다들 죽거나 은퇴한 것 처럼 될 것이다.  그리고 거품이 터졌다고 해서 일본이 망한 것은 아니지만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긴 했다, B2C에서 B2B로 전환되긴 했지만..

다행히 지금의 한국은 여전히 미래 먹거리 사업들을 열심히 파고 있다.  사실 이런 똥글을 싸고 있지만, 한국에 사는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출산율이 그렇게 급격하게 떨어졌다면 분명히 급격하게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주식이 조금 올랐다.  반도체 빙하기를 지나가며 관련 주식들이 조금 반등하고 있고, 여전히 손해지만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사둔 3배짜리 ETF가 어느정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어차피 큰 돈은 아니다ㅋㅋ 다만 현대자동차가 십몇년 만에 삼성전자보다 순이익이 높을 전망이라던데 이런 것은 좋은 것 같다.  삼성전자 하나 망해서 나라가 힘들어진다면, 분명히 언젠가는 망할 나라라는 뜻이니깐.

예전의 한국은 주입식 교육이 문제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었는데 요즘 그런 얘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학교 외의 곳에서도, 돈이 필요한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은 없지만.. 나는 한국인이 기본적으로 외국어를 하나 씩은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장래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영어나 스페인어 일본어 같은게 아닌 마이너한 언어라도 상관없다.  외고애들을 보면 외국어 습득에 특별히 어려워보이는 환경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AP시험처럼 “활용 가능한” 외국어 실력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조금 더 확대하면 어떨까?

유튜브에서 “남남” 이라는 수영과 안재욱이 나오는 드라마 요약을 봤다.  수영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귀공자였던 안재욱은 여전히 미중년이지만 나이를 드시긴 했더라.  그런데 눈에 띄는건 안재욱이 전혜진을 대하는 태도였다.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저렇게 대하게 되는 걸까?  나도 좀 그렇게 될 필요가 있거나, 그렇게 되는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르겠다ㅋㅋㅋ

저출산 씨발 그러다가 다 망한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앞날을 생각하자

이래서 통일도 필요한 것일 지도 모른다
통일=섹스
convergence

아 섹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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