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도 거의 끝나간다.
올해는 정말 바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바빴다.
나는 정말 뭐하고 사는 걸까?
정신차려보니 얼굴에는 주름살이 점점 선명해진다.
며칠 전에는 수십 명이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오늘 갑자기 퇴거 명령이 나서 미팅 중에 황급히 짐을 싸고 나와 차 안에서 테더링을 켜고 미팅을 속행했다.
그리고 내가 발표할 차례가 되어 화면을 공유하고 설명을 진행하다가 절정에 이를 무렵,
“데미안님, 마지막 파트가 안들리네요. 다시 한 번 부탁드려요”
그렇게 다시 말했는데도 20명의 사람들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그들이 잘 들렸는데 인터넷도 노사관계처럼 일방적인 것일까. 아무튼 나는 메모장을 켜고 목소리 대신 문자로 내 메세지를 전했다. 분위기가 조금 풀어진 채, 그들은 나에게 챗GPT랑 얘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나도 몰래 안도의 미소가 나왔던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인사하고 싶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회사에는 온통 불편한 사람들 뿐이고,
편한 사람들은 멀리가고 당분간 없다.
나는 오랜만에 회사에서 또 다시 혼자가 된 기분으로 며칠을 보내고 있는데, 이번에는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지 궁금하다. 불확실성같은 것은 지금으로선 두렵지 않다. 다만 너무나 많은 일들이 몰려올 것 같아서, 그러나 그 일들의 실체가 잘 느껴지지 않아 제한된 시간 속에서 우성순위를 배정하는 것이 어렵다.
올해가 다 끝나면 나에게는 뭐가 남아 있을까?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
아 정말 모르겠다.
딱히 현재의 상황이 불편하거나 어렵지는 않다.
일단은 어떻게든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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