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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20210531 -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by 스프링데일 2021. 5. 31.

오래 전 같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어리숙했다는 이유로 마음이 전달되지 않았던 어떤 기억이 있다.  기억 속에서 나에게 다가와줬던 그 아이의 미소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학교 뒷산에 오를 때면, 그 때의 시간이 가끔 생각나곤 한다.  기억나는 감정은 당황과 설레임, 그리고 아쉬움.

이번 주말은 연휴가 길었다.  나름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고 이것 저것 시도를 해봤는데 스케줄에 빈 공간을 허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어제는 뭐했지? 잘 써지지 않는데 글을 썼던 것 같고, 화요일에 개장할 주식시장을 대비해서 봇을 만들어놨다.  프로그램을 갖고 내 현금을 굴리는 건 처음인데, 만약 돈을 다 잃어버리면 그냥 그것대로 배운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요즘은 주식투자도 기계학습을 적용해서 추천 종목 같은걸 추천해준다는데, 아직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회사에서는 요새 기계학습을 이용해 컨텐츠 추천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데, 이쪽의 전문가는 아니라서 엔지니어분들께 배우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몇달 정도 더 걸릴 것 같지만, 완성되면 라이브러리 적용하는 법을 응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는 기존 모델들을 기반으로 약간의 weight를 줘보고, 손으로 학습하는 수 밖에는 없겠다.  그리고, 회사의 경험을 기반으로 내 모델에도 적용해보고 싶다.

오늘이 끝나기 전, 오래 전에 봤었던 "그 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라는 영화를 봤다.  이런 일본의 예전 풍경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아마 내가 한국에서 90년대를 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도 변하지 않은 일본의 모습은, 90년대에는 비슷했으나 따라가지는 않은 한국의 미래의 모습의 한 가지 가능성이었는데, 나는 이런 모습에서 줄곧 가상의 향수를 느끼곤 한다.  현재의 한국의 모습은 나에게 조금은 어색해진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일본이 친숙한 건 아니겠지만.


기억나는 과거의 어느 시점과 한 아이가 있다.  나도, 그 아이도 아마 어렸을 것이다.  지금의 나였다면 조금 더 성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모두 상상과 가정의 영역이지만, 그 아이와의 아쉬움도 있겠지만, 뭔가 상황이 찾아왔을 때 그걸 보다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인 것인지도 모른다.

여자의 행동에는 모두 의미가 있다, 언젠가 그걸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계산적이라는 표현을 덧붙이며.  나는 계산적인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걸 고치고 싶긴 하다.  그건 아마 내가 계산적이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고, 때때로 나는 이런 부분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손해를 보곤 한다.  손익의 계산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모든 일이 발생하고 종결된 후 실감하는 손해의 계산.

물론 그렇지 않은 인간관계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겠지만, 손익의 계산으로 사람을 내 옆에 두는 것은 여전히 못할 일이다.  계산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나의 가장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나와 있어봐야 당신은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모습과 함께.

나의 모순은, 그렇게 사람을 쳐낼 수는 있었지만,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어차피 이것도 계산의 영역에서 실현되는 부분이라면 나는 앞으로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겠다.  나는 남들의 계산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내가 남들을 계산적으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엔 그리웠던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나와는 많이 다른사람.
그의 삶의 방식도 지켜볼 점이 있었지만, 그건 결국 그의 방식일 뿐이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아직도 뿌옇지만, 어쨌든 지금 할 일을 계속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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