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2차
어제는 반차를 내고 두 번째 백신을 접종하고 왔다. 처음의 접종을 할 때도 그랬지만, 코로나가 정말 심각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접종하는 곳은 한산했고, 기다림없이 끝난 덕분에 접종하는데 걸린 시간보다 왕래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예약을 하는 바람에 운전시간이 길어졌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다리를 건너고 공항을 건너는 동안 코로나 이전과 별 차이 없는 차들의 행렬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 휴가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했다. 집에와서는 특별히 뭘 하진 않고 만들어둔 주식 프로그램을 손봤다. 큰돈이 벌리는 느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살펴보면 적절한 타이밍에 손절과 익절을 몇 번 한 것 같아서 이틀 동안 3% 정도 벌었다. 이 모델들은 SMA를 기반으로 해서 봉차트가 너무 길게 형성되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우선 20일짜리 SMA에 조금 weight를 줘보았다.
# 자아성찰 INFJ 결혼 우울감
그 외에는 특별한 일 없이 목요일을 보냈고, 금요일이 왔다. 오늘도 휴가였지만 11시에 큰 미팅이 있어 webex를 켜놓고 열심히 들었다. 아직 코로나 복귀 스케줄은 확정된 것이 없는 것 같다. 덕분에 그냥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들어 쓸쓸함이나 고독감같은 것이 심장을 더욱 아프게 한다. 나는 고독을 즐기는 타입이었던 것 같은데 왜 요즘 이렇게 됐을까. 가슴 속에 무언가의 감정이 억눌려있는 것 같다. 이걸 한번 털고나면 괜찮아질까? 마지막으로 엉엉 울었던 것이 언제였을까. 어떤 일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히 그 땐 감정의 해소가 가능했고, 속이 후련해졌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술이나 화학물질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아 이번에는 그냥 존버하고 있다.
유튜브가 동영상을 추천해주는데, 뭔가 INFJ, 30대 결혼, 이직 등에 대한 동영상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 세상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나도 한번 유튜브를 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역시 내키지 않는다. 나는 관심을 원하지만 은근한 관심을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INFJ의 특성인 것 같다. 엄청 입을 다물고 있지만, 누가 판을 깔아줬다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할 말이 많은 INFJ들. INFJ는 생각을 깊게 하고 이해심이 많다. 하지만, 그걸 외부로 표현하는 다른 INFJ들을 보면 때때로 필요 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신을 포함해서. 그래서 일기를 쓰는 것이 일단은 좋을 것 같다. INFJ는 자신이 타인을 이해하는 만큼 자신도 이해받길 원하지만, INFJ의 복잡힌 내면 심리를 이해해 주는 사람보다는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결혼의 경우는 조금 안심해도 될 것 같다. 분명히 이전의 나는 결혼이라는 개념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누군가를 위해 삶의 변화를 줘야한다니, 그건 정말 아찔한 것이었고 내 주변의 결혼 이야기는 행복한 이야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의 방식이 좋았던 것 같다. 한편 그렇다고 혼자서 뭔가 대단한걸 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던 것 같다. 지금은 단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 뿐이다, 없으면 없는 것.
그러던 중 일의 관계로 알게되어 많이 친해진 한국의 동생이 생각났는데, 배울점이 정말 많은 아이였다. 말을 너무 예쁘게 했고, 감정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업무의 것이라면 동요하는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정말 잘해주고 그 아이의 모습을 많이 배우려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결혼을 하게된 것. 남자가 있는 여자 사람과는 친구하는 것이 좀 어렵다. 더 먼저 알았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회사 밖에서 따로 만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섰고, 그렇게 그 아이와는 연락을 주고 받지 못하게 되어서 너무 아쉬웠다. 뭐, 이건 조금 나중에 일어난 일이고.. 내가 그 아이를 계속 기억하는 것은 입사하고 내가 무언가를 배웠던 거의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에 대해서 그 아이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내 편이 생기는 것." 그 때의 나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요즘 나는 내 편을 갖고 싶은가보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의 편이 되고 싶은 것 같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 갈 때마다 나를 너무 예뻐해주신 그 아이의 상사와 그 아이 두 분께 지금도 너무 감사하다.
이전의 선택적 고독의 시간들 속에서는 사람들과의 이어짐이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요즘은 정말 혼자가 된 것 같고, 그냥 너무 심심하다. 아, 뭔가 계속 해야겠지만.. 그냥 의욕적으로 하고 싶은게 없어서 우울하다. 그래서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 산책
평소에 가는 길이 있는데, 오늘은 막힌 곳을 지나 철길을 따라 옆 도시까지 걸어갔다. 경계선을 지나니 생각보다 낡은 동네가 나왔다. 위험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내가 사는 지역보다 수십년 먼저 집들이 지어진 곳. 이곳에도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한 길 이름 표지판을 보며,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다른 시간이 흐르는 곳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걷고, 앞으로 계속 걸었다. 때때로 마스크를 벗고, 햇빛을 받으며 계속 무언가를 생각했던 것 같다.
시간이라는 것은 계속 흘러가는데, 나는 아직도 뭔가 의미를 찾고 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앞으로 발을 내딛지 못하는 걸까? 최근에는 사람에 대한 실망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지만, 그 사람도 본인의 사정이나 입장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 단지 오랜만에 마음을 정말 열고 싶었던 사람이라 후유증이 큰 것 같다.
발걸음을 계속 앞으로 향하다가 철길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게 됐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버려진 채로 훼손된 조금은 연식이 있는 자동차 한대가 방치되어 있었다. 저 차의 역사를 생각해보았다. 작은 공장들에서 부품들이 만들어지고, 제철소에서 강판들이 가공되어 조립 공장으로 모여 마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듯 자동차라는 형태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딜러로 옮겨져 누군가의 첫 차가 되었을 것이고, 몇 번인가 주인이 바뀌었을 것이며, 어느 순간 폐차를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으나 그러지 못해 저렇게 버려진 것이리라. 사람의 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스러져간 의친왕이 떠올랐다. 왕족 출신의 독립운동가였고, 젊었을 때의 인기가 상당해서 신문 광고에도 '전하가 칭찬하신 고무신', '전하가 애용하는 위장약' 등으로 그냥 전하라고 하면 그를 가리켰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 흐름에 휘말린 그는 젊은 시절의 활약과 인기가 무색하게 마지막에는 '사동궁주 이강이 卒했다' 라는 한 마디가 그의 마지막 소식이 되었다고 한다.
실체가 있는 것은 허망합니다.
物の哀れ
# 니어 오토마타, 포스트 아포칼립스
너무 우울해서 오랜만에 게임을 하나 아마존으로 주문했었다. 일본만 만들 수 있는 그런 덕후력이 넘치는 게임인데, 스토리나 게임성이 너무 좋다고 수 년전부터 계속 추천을 받았었다. 다음 주에 도착하기로 되어있었는데 DHL이 의외로 배송을 빨리 해주었고, 덕분에 오늘 오랜만에 느긋하게 누워 게임을 조금 즐겼다. 게임이 영화나 뮤지컬보다 좋은 점은, 직접 그 게임의 세계관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뮤지컬이나 연극이야 제 4의 벽같은 개념을 만들어서 관객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참여시키곤 하지만, 게임은 관객과 등장인물의 경계가 비교적 모호하다. 기술이 좀 더 발전한다면 아마 영화와 게임의 경계도 점점 허물어질 것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 게임의 세계관은 무언가의 전염병으로 지구에서 인류가 멸절된 뒤, 외계인이 쳐들어왔고, 그래서 지구를 다시 수복하려는 인간이 만든 안드로이드들이 주인공인 먼 미래가 배경이다. 현실에서는 코로나가 초기 예상보다는 위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에게서의 공포감은 예전의 그것에 비해 많이 희석되었고, 오히려 따분함 등을 느끼는 것 같지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미국은 프로메테우스의 데이빗8 같은 걸 만들고, 일본은 이런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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