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타닉
타이타닉은 배 자체의 스케일도 대단했지만 처녀 항해때 일어난 사고로 인해 더 유명해졌고, 결과적으로 후대 인류에게는 그 배의 위용이 아닌 타이타닉호 참사라는 사건이 역사의 일부로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본 타이타닉은 1997년의 제임스 카메론 작이었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를 봤을 것이다. 디카프리오 형은 에드워드 펄롱 급으로 그냥 너무 잘생겼고, 케이트 윈슬렛은 17살인가 그랬는데 그냥 모든게 야했다. 우리나라도 조혼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깐, 예전 청소년들이나 청년들이 현재의 우리들보다 사회적으로 조숙했음에 틀림없다.
그 외에도 영국의 귀족들, 미국의 부자들이 나오는 장면들이 인상깊었는데, 영국의 신사도는 유럽에 전반적으로 퍼져있었던 노블리스 오블리제 같은 멋있는 문화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멋진 문화를 갖고 있는 영국이 전세계에 식민지를 갖고 있었던 것 보면 역시 섬나라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멋진 문화와 가치관이 있어도 세계관이 섬 밖을 벗어나질 못해, 그 섬 밖으로는 모두 이민족, 야만인, 적의 땅이다. 그들은 미국도 무시했으니깐.
어쨌든, 잭과 로즈와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눈앞에서 돈 주고 산 마누라를 빼앗긴 호클리는 또 무슨 죄였을까. 다만 그의 인간적인 비열한 면모가 너무나 드러나서 사람들은 이 정식 부부보다는 불륜커플에 감정을 이입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어쨌든 잭과 로즈는 며칠 안되는 시간 동안 엄청난 사랑을 했고, 배가 침몰하면서 모든 것이 끝난다. 잭도 끝났고, 호클리도 끝났다. 로즈는 잘 살아갔는지 영화 말미에 할머니로 등장한다.
기승전결의 끝에 로즈가 갖고 있던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행방이 묘연하여, 그걸 찾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이제 할머니가 되어 다시 잭이 잠든 바다로 돌아온 로즈는 "아" 하며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잭에게 그 목걸이를 선물한다. 가장 아름다웠을 때의 자신을 그려준,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수 많은 명장면들이 있겠지만 나는 이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 終極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셋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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