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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20210529

by 스프링데일 2021. 5. 29.

#둔감함
"사람들은, 둔감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 카시다 암각문
나는 언제나 좀 예민한 편이었던 것 같다. 친절한 사람들은 그걸 섬세함으로 포장해서 얘기해줬고, 조금 불친절한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얘기해줬다. 전자의 경우를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어떻게 해라, 하지 마라 라고 주문을 넣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내 성격이 예민한 편은 맞는 것 같다. 유전적인 것일 수도 있고 환경의 영향일 수도 있다.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던 것 같다. 기억력은 잊고 싶지 않은 것을 잊지 않게 해주지만, 잊고 싶은 것도 있지 못하게 하는 능력이 있어서 장단점이 있어왔다. 원한과 은혜같은 것일까? 나는 나에게 잘해준 사람들이나 어떤 즐거웠던 사건들을 잘 잊지 못한다. 그래서 추억을 기억하는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조금 둔했으면 좋겠다.

혹자는 이런 것을 과거에 산다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과거에 사는 것이 잘못된걸까? 현재를 대처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과거의 기억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함인데 왜 그런 방식으로만 세상을 바라볼까? 뭐, 현재와 미래를 내팽겨둔 채, 과거의 영광에만 취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런 사람들은 조금 힘들어보인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과거에 사는 건 아닐 것이다. 현재와 미래로 돌아오기 전에 과거 어느 시점에서 영감을 찾고 힘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이 과거에 살지는 않지만, 사실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언제나 막막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 하다보면 또 될거라는 믿음은 있다. 중요한건 그 고민의 시간을 날로 먹지 말자. 놀든, 공부를 하든 뭔가를 열심히 하자.

#명예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명예를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어떤 모욕을 받았을 때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일단 그건 뭔가를 제대로 증명하는 방법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어필하고 팔아야한다고 말하는 시대이지만, 일단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vulnerability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싫다.

# R & N
입사하고 오랜 시간 큰 트러블 없이 계속 가까이 일하고, 협력도 잘 되는 동료 두 명이 있다. 똑똑한 사람들이고, 일도 잘하는 것 같지만 무엇보다 배울 점은 그들의 겸손함인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이 내는 의견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무언가의 작업을 함께할 때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 상황에 따라 변하겠지만 - 이들이 무언가를 못한다고 말할 때는 그 이유가 타당해지는 것 같다. 아마 신뢰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대의 입장에서도 그들에게 부탁을 받을 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 사람들과 계속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 W
알게된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업무 이관을 위해 잠시 동안 긴 대화를 나눴다. 개인적인 대화까지는 이어지지 않았고, 조금 무뚝뚝한 사람이었지만 자신이 넘기는 업무에 대해서는 상당히 책임감있게 설명해주었다.

# J & C
가까이 일하기는 하지만 거리감이 있는 사람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업무 태도는 배울 점이 많다. J의 경우는 리더십과 책임감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인 것 같고, 내 상사였다면 말을 잘 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의 상사도 좋지만) 이 사람은 회사에서 뭔가 처음으로 본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 이어서 신기하다. 다들 월급루팡질만 하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은 홀로 뭔가 계속 발전해 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조용하지만 강한 사람. 하지만 친하지 않아서 더 호감을 표시하진 못하겠다.

C의 경우는 입사 초기부터 지켜봤다. 왠지 머리회전이 굉장히 빠른 것 같았고, 계속 신경이 쓰인다. 그가 이제는 2년 정도가 된 것 같은데, 뭔가 업무 태도가 더 날카로워지고 발전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같이 일할 기회의 증가로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졌는데, 개인적으로 친해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친해지고 싶은 이유는, 왠지 이 사람이 나랑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서.

솔직히, 두 사람 다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다.
5월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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