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끝나긴 할까?
일본은 올림픽을 하기 싫은데도 누구 하나 멈추자는 말을 못해서 계속 끌고가고 있다. 윗선부터 아래까지 모두 그게 잘못된 것임을 알고있고, 일본의 안과 밖에서도 모두 그게 잘못된 걸 알고 있는데,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도 그걸 못 멈춘다. 그 정도로 일본이 상황이 안 좋아진게 씁쓸하다. 이러다가 돈 많은 사람 하나가 나서서 모든 것을 수습하고, 그걸 잘난척한다며 시기할 사람들까지 달래고자 목숨까지 내놓아야 상황이 정리될 것 같은 무서운 생각도 든다.
90년대를 넘어 아직 디지털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하기 전 2000년대의 초반까지의 일본의 모습은 화려했다. 그게 그들이 80년대까지 벌어놓은 것을 먹고 사는 것이라고는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요즘 시대에 와서 일본이 정치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예전의 위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는 하다. 한편 한국의 그런 일본을 거의 추월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일본이 망했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디지털의 도입이 늦어졌고 그것의 적용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이루어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기술의 발전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지는 과정은 일본은 예전에 이미 한 번 겪은 적이 있었다. 아마 80년대부터 그걸 겪었을 것이다. 지금과 형태는 다를지언정, 이미 그들의 사회는 그것들을 경험했었다.
그들이 도태되어서, 이를테면 공세종말점 같은 것에 닿아서 더 이상 발전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발전의 끝에서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고, 사실 이건 일본만이 아니라 20세기 때 잘나가던 서구권 나라들은 미국을 빼놓고는 지금 모두 비슷한 상태로 보인다. 이전의 그들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의 그들은 예전에 벌어 놓은 것을 조금씩 까먹으며 연명하는 것 같다. 일본의 상황이 그저 조금 더 극적이었을 뿐이지. 21세기를 선도해나가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화성에다가 우주선을 날리는 중국이 대단해보이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한 번쯤 한계가 찾아올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더뎌지고 국력이 약해지는 문제라기보다는, 흥망성쇠 속에서 어느 순간 그 차트가 저점을 향하고 있을 때, 방심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 20세기 말에 한번 망할뻔한 적이 있으니깐 그걸 잊지 않고 계속 앞으로 잘 나아갔으면 좋겠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결국 수단일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신중하게 고르는 건 현명하지만,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 수단도 무의미한 것. 동로마가 그랬고 송나라가 그랬다.
중국이 지금보다 더 발전을 못하진 않을 것 같지만, 한편 미국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잘 나갈 것 같다. 중국을 가볍게 보고 무시하는 사람들은 제발 열하일기를 읽었으면 좋겠다. 많은 한국인들은, 예전에 일본이 우리를 보던 방식으로 중국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가 중국에서 나왔다고는 하지만 - 실제로 방법이 어찌됐든 - 그들은 사회 불안 없이 통제를 잘 해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것들이 모두 언론탄압과 조작들 속에서 나온 거짓이었다면, 코로나가 나온지 거의 1년 반이 된 이 시점엔 중국에선 뭔가 크게 한 번 터졌어야 했다. 중국은 앞으로 잘 하려면 예전의 일본처럼 병신왕 같은걸 할려고 하지 말고, 그 옛날의 형님 같은 포지션을 지향해야할 것이다.
인도를 제외하면 세상에서 코로나가 슬슬 잡혀가는 기미를 보이긴 하는데, 누구 하나 이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사람이 없다. 개빈 뉴썸은 이번을 계기로 행정능력을 상당히 인정받은 것 같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왠지 가장 대처가 잘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음식점이 열어서 다행이고, 파티장이 열어서 다행이라는 말들을 한다. 비즈니스가 살아난건 다행이지만, 그 누구도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를 쉽게 꺼내지 못한다, 분명히 우리들의 대다수는 그 때의 생활을 기억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아무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책상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가능하면 집에서 일하고 싶고, 다만 사교의 목적으로만 밖에 나가고 싶다는 것. 물론 이러다가 갑자기 롤백이 될 지는 모른다.
아무도 관심을 안가져줘서 북한도 미사일을 안날리고 중동도 테러를 못하는데, 방역 준비가 끝난 이스라엘은 얼마전에 전쟁을 시작했고, 한국의 정치인들도 이것 저것 싸우고 있다. 이 상황을 기회로 삼으려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미움과 증오도 사람 마음의 일부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파티를 못하고 집합을 못해서 불평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사람들이 출근을 못해서 불평하는 사람들은 아마 회사 오너들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솔직하지 못하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그저 불편한 진실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사람들이 보고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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