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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20210518 - better day

by 스프링데일 2021. 5. 19.

# 인연
아직 서른셋이지만, 살아오며 조금 씩은 다른 환경을 겪어올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연으로 나에게 찾아왔고, 그 인연들은 때로는 일시적이고 때로는 오랜 시간 이어져왔던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는 상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에 따라 인연의 중요도나 가치가 결정되긴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인연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걸 끊어내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의 경우에도 삶에 불만이 많았다. 어려운 시기들이 반복해서 나를 거쳐갔고, 돌이켜보면 그 시기들이 그저 거쳐갈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될 수 있는 것에는 그때마다 나를 도와주거나 내가 의지할 수 있었던 감사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나의 어떤 점을 보고 손을 내밀어주었을까 지금도 의문이 든다. 내가 불쌍해서였을까? 나에게 얻을 것이 있어서였을까? 확실한 것은 나는 남들에게 무언가 이득이 되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니, 그걸 계산해서 하는 것이 아마 나에게는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나를 대해준 사람들이 내 옆에 남았고, 지금도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

얼마 동안은 정말 웃을 일이 없었고, 사진 속에서도 거짓 미소만 갖고 있었던 내가 정말 기쁘게 웃을 기회가 최근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그건 아마도 내가 진심으로 행복했기에 나올 수 있는 미소였을 것이다, 내 자신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진심으로 웃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건 나를 지켜주는 인연들이 그들의 좋은 소식을 전달해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같이 찍은 사진들 속에서 나는 정말 오랜만에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상담을 부탁했던 심리학 전공의 친구는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말일 수도 있지만 그 친구는 최근 나에게 강한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리고 힘들어하던 다른 두 명의 친구는 어느 정도 궤도에 발을 디딘 것 같다. 내가 그들의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오늘은 오랜만에 긴 대화를 했다. 내가 느끼고 싶었던건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중한 사람과의 유대.

# 먼길
의도치 않게 먼길을 돌아서 걷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은, 그들이라고 원해서 가까운 길을 놔두고 먼길을 걷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어느 십자로에서 발을 내딛을 때, 그 길이 먼길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기에 당시의 상황에서 판단했을 것이다. 아니면 가까운 길이 갑자기 먼 길이 되었을 수도 있고, 가까운 길을 천천히 걸어가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사실 돌아간다는 말은 - 적어도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 마약과 같다. 느리게 가는 것을 어떻게든 정당화하려는 것 같고, 달려야하는데 걸어가도 된다고 무언가 위에서 누르는 느낌이 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이 맞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저마다의 길이 있는 것이고 그걸 가치판단할 수 있는 것은 본인 한 명일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먼길을 돌아왔을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 편견
나는 고집은 세지만 편견은 없는 것 같다. 특정한 상황이나 사람을 만날 때 껍데기 같은 것은 보지 않았던 것 같고, 오히려 껍데기를 보여주려는 사람들이나 그런 사람들의 모임과 잘 안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을 조금 열었을 시점, 어떤 사람들은 내가 자신들의 껍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그 껍데기를 더욱 갈고닦아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결국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기준점은 사람들마다 제각각이다. 다만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이 선택이 나를 파멸로 이끌기도 하여 이제는 - 이 나이가 되면 안 그런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겠지만 - 내가 무결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몰랐던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을 파악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고 싶다.

언젠가는 이 방법이 결실을 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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