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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도착한 경계선

by 스프링데일 2015. 5. 16.

그래.


무기는 쓰지 마.


넌 나를 죽이는 감촉을 그 손에 남기는 거야.


그렇게 되면 아무리 싫어도 너는 날 잊지 못하겠지?


지금까지 네가 잃은 사람들처럼….


차 융자 다 갚았다..


못 갚을줄 알았는데 다 갚았다.. 내 생에 두 번째 차.  첫 차는 사자마자 반년 만에 불의의 사고로 잃어버리고 두 사람을 다치게 했다.  보험회사가 잘 처리해줘서 보상 문제는 없었지만 문제는 당시 융자를 내어서 했기 때문에 새 차를 사려고 6개월만에 재융자하려고 했더니 정신나간 대학생 취급하며 소득도 없는 새끼가 뭘 빌리냐는 눈치를 주듯 7퍼센트에 육박하는 APR만을 제시하는 은행이었지만 나는 어쨌든 차가 필요했으니 살 수밖에 없었고, 그 당시 진렬이 형이 월넛크릭까지 태워주셔서 간신히 새 차를 샀다.  다운페이없이 산게 어디였을까.. 마즈다6는 2008년 1월, 씨애틀에서 두 친구가 나파밸리가 가고싶다고 놀러왔을 때 당시 몰던 미니밴으로 그 녀석들을 데리고 다니기는 불편해서 처음 렌트했었던 차였고 그 때 느낌이 너무 좋아서 버클리에 처음 들어가면서 마즈다, 그러나 연식은 조금 오래된 마즈다를 샀으나, 본의 아니게 사고가 나면서 내가 렌트했던 것과 같은 모델의 마즈다를 살 수 있었다.


최근 담배를 거의 줄였지만 여전히 차에서는 담배 냄새가 난다.  어쨌든 나는 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버클리와 팔로알토를 왔다갔다 하고, 회사도 다니고 있고, 친구들도 만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차에 태우기도 하고, 여러가지 경험들을 했다.  물론 당분간은 계속 이 차를 타고 다닐거고, 오늘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매달 30만원씩 나가는 차 융자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겠지.. 일단은 그걸로 만족이다.  우정엽이랑 이상옥이 최근에 시계를 사서 나도 좀 헉했지만, 아직 그런건 나에게 사치일지도 몰라... 우선은 빚 갚는게 먼저다.


빚도 거의다 갚아간다...... 아 그런데 정연이와 얘기할 때마다 정연이가 들려주는 한국 이야기들은 너무나 좋은데, 가만 보면 내가 누리지 못했던 한국에서의 - 실제로 내가 한국에서 살았으면 내가 정연이처럼 열심히 살지 않은 이상 누리지 못했을 그런 사소한 즐거움과 아름다운 한국적 정서가 수반된 - 은 지나온 세월에 대한 상실감을 안겨준다.  원하지 않은 이민 생활이고, 나의 부모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본인들의 만족을 위해 모든 선택을 했고, 결국 피해는 내가 다 봤다.  본인들이 고생했든 안했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본인 고생들을 가능한 최대한 나에게 다 떠넘기려고 했으니깐.  뭐 그들도 생활하면서 어렵고 힘들었을테니 이해는 한다만, 그렇다고 용서하는건 아니다.  나에게 이런 삶을 만든 그들을 증오한다.


동생에게도 쌍욕을 먹었다.  결국 이렇게 가족이라는 개념은 흩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없었던걸까.. 근데 동생 녀석이 나에게 쌍욕 하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뭐라고 심하게 대꾸할 수도 없었다.  그저 동생에겐 성격장애로 인식되고 부모에겐 아쉬울 때 돈있냐고 물어보는 돈버는 기계로 여기겠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교육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키우려고 하더니 능력 밖의 상황이 되자 되려 나를 버리고 나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한다.


여러가지 모습의 부모자식 관계가 있겠지만, 자식이나 부모가 서로 칼부림하는 것 다음으로 내 가정사 이상의 막장생활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시발 이혼을 할거면 하던가 하지도 않으면서 지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만 해대고, 정년 퇴직 나이도 아닌데 돈 벌기 싫다고 귀찮게 드러누워서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게 잘 하는 짓일까.


아무튼 나는 열심히 살아야겠다...죽을때까지.. 버림받을 때까지..


어쨌든 내가 성격장애인건 확실하다.  그러나 95% 정도는 그들의 책임이다.  책임 전가가 아니라 오롯이 그들의 잘못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나의 가족 관계에 대해 잘잘못을 가려줄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는게 더 좌절스러워서 내 성격장애를 못 고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노력이라도 해준 친구, 동생, 형, 누나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여하튼 나는 내 나름대로 학교도 졸업했고,

돈도 벌고 있다.


꼬박 꼬박 늦지 않고 매달 융자를 넣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 차는 어느덧 5년이 되어 융자 초기 금액에서도 감가상각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맨 처음 이 차를 샀을 때 생각했던, "지금은 학생이라 졸라 힘들겠지만 나중에 어떻게든 취직하고 그러면 다 갚겠지" 라고 생각했던게 현실화 되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차를 샀던 딜러는 닛산에서 폭스바겐으로 바뀌었더라.. 내일 버클리에 모린이 졸업식을 가니 만약 학교 북스토어가 열었다면 차 앞의 번호판 프레임도 학교꺼로 바꿔야겠다....


MT도 다니고, 차없는 녀석들이랑 드라이브 하며 많은 얘기도 하고, 뒷산에 경치도 보고, 일도 하러 다니고 등등.. 차는 정말 중요했다.  그리고 두 번의 큰 사고가 있었지만 그래도 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있어줘서 고마워 차야.. 적어도 감가상각이 일어난 금액보다는 네가 있었기에 내가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걸지도 몰라.


글도 안써지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줌 되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들마저 사라져간다... 

가족만 빼면 정말 좋은 기억들인데..


오늘은 행복한 날일 것이다.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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