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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한국어

사랑의 노력

by 스프링데일 2011. 11. 28.
KUNA :: 그래도 말이야, 그렇게 움츠리고 있어봐야 전혀 즐거울 거 없잖아

내 자신도 그런 사회의 일원이 된지 어느덧 일 년이 넘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박에 없는 인맥이나 가십들의 관리.  늘어가는 인맥들 속에서 나는 내 자신이 무엇을 하러 학교에 온 것인지도 자각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주체할 수없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기를 이미 여러 달.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지친 것도 사실이었다.  휴식이 필요했고 도피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곳 저곳을 가려고 했고 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사실 글을 쓰는 지금의 나도 아직 현실에 쩔어버린 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 같다.  뭐, 그렇다고 지금 내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1년 전의 연휴보다는 2년 전의 연휴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좀 더 큰 것일지도.  당연하다.  그 때 나는 미래가 없었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한 채 살아가면 되었고, 적어도 "오늘을 살자" 라는 말이 그때보다 잘 맞을 수는 없었다.  5년 만에 한국을 가면서 소중한 친구들을 오랜만에 많이 만났고, 마찬가지로 LA의 친구들도 상당히 오랜만에 만난 상태.  잊혀졌던 과거의 끈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시간을 흘려보낸 2009년의 하반기였으니깐. 

그랬기에, 지금으로서는 과거가 되어버린 2년 전의 시점에서도 그보다 더한 과거를 추억한다는 것은, 나에게 많은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아니 내가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들을 잊지 않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오늘."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미래.  그랬다.  미래가 없었기에 나는 나에게 주어진 오늘만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것일지도.  미래가 없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를 기점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만을 한다는 것.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실제로 지금의 생활 패턴도 그 때와 딱히 다르지는 않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생겼다면 아마도 지금 나는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걱정들이 막연한 것들이라는 것.  대충 졸업하고 어딘가에 취직해서 돈을 어느정도 벌고 군대도 갔다가 다시 제대로 취직해서 결혼도 제대로 하고 대학원도 가고.  이런 거시적인 계획들은 만 23살인 나의 시점에서는 당연히 막연하지만, 난 사실 당장 내가 졸업하고 어떤 진로를 밟아야 하는지, 그런 미시적인 것들도 잘 모르겟다.

그래서인지 스스로를 점점 움츠리게 되었다.  주변에 비교할 사람이 없었을 때는 뭐든지 내가 가장 잘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가장 못하고 있었다.  기준선 안에 나 자신만이 존재하는 세게에서는 절대적인 것도, 상대적인 것도 무의미했다.  그저 나는 나의 길을 열심히 걸어갈 뿐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지난 일년 동안 내 주변의 많은 것들이 달라진 것같다.  그런 거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  스스로에게 기특하다고 상이라도 주고 싶지만, 사실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생긴 기준선 안에서는 비교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존재하지 않았던 절대적, 상대적 우월의 잣대가 적용되기 시작햇을 때 나는 염증을 느꼈다. 

1. 나는 그런 경쟁 체제 속에서 남들 모두를 이기고 생존할 능력이 없다. 
2. 능력을 따지기 전에 경쟁하는 것 자체가 싫다. 
3. 더군다나 그런 경쟁 대상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싫다.  아니 애초에 경쟁하려는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3번.  2년 전 만해도 나는 그런 인위적 경쟁 속에서 자유로웠다.  클래스메이트를 성적의 라이벌로 볼 필요도 없었고, 인생의 자극제로 볼 필요도 없었으며, 또한 호구로 볼 필요도 없었고 호구로 보일 필요도 없었다.  다만 그 때는, 서로의 단점을 알려고 하지 않은 것만큼이나 서로의 장점에 대해 무심했던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장단점을 보지 않고 친구들을 사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에 대해 장단점을 쭈루룩 목록화 시켜 나열하고 각 항목 별로 점수를 메기고 또 그것들을 계량함으로써 장점이 단점을 어느 수치 정도로 앞서고 있나, 만약 장점이 앞서고 있다면 이 사람은 친구로 삼아도 될듯하다

라는 식의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은 서툴렀다.  애초에 그러고 싶지도 않었고, 그렇게 했을 때 얼마나 더 유익한 인맥을 쌓을 수 있는지는 실감도 나지 않는다.  그런걸 실감할 수 있는 녀석들은 아마도 그런 것들에 특화된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건 없이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데, 왜 그건 또 그렇게 쉽지가 않을까.  때때로 나는 내가 주는 사랑을 돌려받지 못할 때 그 사람들에게 실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것도 꼬인 내 성격인걸.  결국 남들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사랑하겠다는 나의 마음은 이타심이나 배려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자기만족에서 기인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의 친절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하는 것들.  그 결과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실망하고 조금 더 움츠러들 뿐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 했는지는 아직도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 나는 안그러고 있으니깐..

아 근데 당당하게 산다는건 참 힘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걱정거리를 만들지 않은 채로 살겠다는게 당당함으로의 길 같기도 한데, 나는 지금 내 걱정거리를 뒤로 미뤄둔 채, 내일의 걱정은 내일 하면 되겠지 같은 헛소리나 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 으이구 ㅋㅋ 뭐 언젠가 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적어도 지금 나는 기분이 너무너무 좋으니깐.  힘들 때는 앞으로도 계속 힘든 소리를 할거다.  하지만 안 힘들때는 자신감에 충만해 있을테니깐 힘들고 나약할 때는 역시 조금 찌질해보여도 역시 그냥 그대로 표현하는게 좋은 듯하다.  감정을 삭히고 혼자서 없애려고 해봤자 그 감정이라는 녀석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마음 속 깊이 어느 한 구석에 고이 모셔두어 잘 생각나지 않게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사실 숨긴 것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니깐.  어떤 일을 계기로 축적된 상태의 감정들이 폭발하면 정말 답이 없다.

그래서 이제는 나약할 때는 약한 소리도 좀 하려고 한다.  여태까지 강하게 살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강하게 산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도 잘 몰랐고.  하지만 타인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일 때는 죄의식 같은 것들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니깐.  중요한건 내가 타인들에게 사랑과 동정울 바라는 만큼, 나도 그들에게 그렇게 될 수 있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에게 주어진 세계는 두 가지 길로 갈라졌다.  아마도 2010년의 4월 30일은 그 분기점이 아니었을까.  어느 쪽을 선택했든 나는 현재의 내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을 골랐기에 다른 한 길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은, 내가 걷지 않기로 결정한 그 길은 실은 그 길로 걸어가는 내 자신을 기준으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는지도 모른다.  분기점을 통해 나의 길을 정하고, 그 반대쪽은 내가 없는 채로 계속 이어져가겠지만, 언젠가 두 길은 다시 하나로 합쳐져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이미 두 길은 만나 하나의 커다란 강을 이루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그 통합점은 지금 이시점에서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자각하게 되지 않을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분기점이나 통합점이 아닌,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에서 스스로가 가지는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사랑하며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시간들의 연결 속에서 나의 삶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 삶에는 의미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깐 최소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낌없는 사랑을 주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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