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8년 반 동안 내가 살아온 곳입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Cerritos 지역에서 살았던 반 년을 제외하면 중학교 이후의 내 인생은 대부분 이 곳을 기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집, 그리고 당분간도 주말에 한 번씩은 들릴 이 곳, Palo Alto의 Greenhouse II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곳에 살면서 나는 고등학교를 다녔고,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녔으며, 주유소를 다녔고, 다른 여러가지 일도 하러 다녔습니다. 그리고 올해 봄 무렵, 나에게 처음으로 전환점이 생길뻔 했습니다. 새로운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는 것은, 집에서 통학하기엔 너무 먼 거리였고 따라서 나는 집을 나와야 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집을 멀리한 것은 아닙니다. 주유소의 일도 있었고 소중한 친구들도 많이 있었기에, 나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많을 때는 두 번, 또는 세번을 이 곳 Palo Alto에 내려왔습니다. 그러면서 학교의 한 학기가 지나갑니다. 일과 학교 때문에 바빠진 내 삶,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멋진 사람, 예쁜 사람, 똑똑한 사람. 하나 같이 장점밖에 볼 수 없는 그런 멋진 사람들. 그 사람들은 나를 받아주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은 걸까요. 그래도 한 학기가 거의 끝난 지금의 시점엔, 나는 적어도 학기초 내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내 옆의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이 따뜻해지곤 합니다.
반면에 나에게는 잊혀진 존재가 있었습니다. 그 것은 우리집 강아지 바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같이 살았으며 미국에 올 때도 따라온 우리 바덴. 일주일에 두 세번씩 산책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편입 이후엔 한번도 바덴과 산책을 하지 못하다가 불과 저번 주에 몇 달만에 아파트 단지에 바덴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낯선 것은 바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여름까지는 내 눈에 익었던 울창했던 나뭇가지의 이파리들도, 활짝 피어있던 팬지같은 예쁜 꽃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정신이 들었을 무렵엔 모두 황량한 상태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겨울이니깐요. 이 곳의 모습. 분명히 8년 이상을 살아온 곳임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나는 너무 오래 집에서 떨어져 살아온 듯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나날들이 당분간은 계속 될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지금, 아파트 단지의 풍경을 나는 눈에 필사적으로 새깁니다. 잊어버리지 않게 하려고. 그러다보면 앞으로 또 이 길거리를 걷지 못해도 당분간은 그 추억에 젖어 지낼 수 있겠지요. 그 것을 나는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먼 곳에 있지만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것.
기적이란건, 비로소 일으켜야 가치가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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