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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한국어

샌프란시스코 발 인천 행 싱가포르 항공 SQ15

by 스프링데일 2009. 7. 19.

5년만에 내 나라를 맞이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설레기만 한다.
그리고 그 설레임 끝에 기대이하의 변화에 실망하는 것은 아닐지 겁도 난다.

# 5년
내게 서울은 낮설기만 하다.
미국에 짧지 않은 시간동안 머물고 한국으로 나간 적이 거의 없었기에 나는 미국에서 한국을 ‘제 3자’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안목을 키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미국사회에 잘 적응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적어도 나의 문화와 사상은 한국의 그것보다는 미국에 가까운 것 같다고 최근 느끼고는 한다.  5년 전 한국에 나갔을 때, 나는 미국의 모든 것이 싫었다.  아니 미국에 살고 있다는 내게 처한 현실을 증오했다.  그랬기에 나는 어디로든 도망가려고 했고, 한국은 나에게 있어서 스트레스의 해소지이자 정신적 도피처였다.

하지만 내가 근 한 달 동안 내가 원하는 도피생활을 하고 한침이 지난 뒤 내가 타인을 배려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알게 되는 나이가 된 후, 나의 도피는 내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희생을 발판삼아 만들어진 것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인간과 인간과의 상호의존관계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말을 믿었기에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내 맘대로 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게 되더라도, 상대방도 나에게 비슷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나’를 모든 사건의 시발점으로 여기는 매우 이기적인 사상이었는데,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이런 것들을 떨쳐낼 수 있었다.  아마 이기주의는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잣대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비행기는 순조롭게 날아간다.  현재 북태평양 상공을 지나고 있는 싱가포르 항공 소속의 보잉777-300기는 내게 한없이 반갑기만하다.  나는 대중교통을 좋아하는 편이다. 혹자는 비행기가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대중교통이라 불리기에는 다소 비싼 감이 있지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같이 타는 것이 아닌가.  기차, 지하철, 배, 그리고 버스 같은 것들도 좋아하지만 역시 나는 비행기가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히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선호하고 또 비행기의 고등석을 예약하기도 하는데 나와는 전혀 무관한 얘기다.  나는 비행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면 비행기의 어느 곳에 타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 중력
비행기를 타본 사람들은 알곘지만 – 요새 안 타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 이륙 과정에서 지면에서 비행기가 떨어지는 순간 알싸한 지구의 중력과 제트 엔진의 추진력, 그리고 날개 밑에서 느껴지는 양력들이 교차하며 힘의 균형을 이루며 기체를 떠올릴 때,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도 같은 영향을 받는다.  나는 이 것이 후에 인간이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하늘을 날 수있게 된다면 느낄 감정이 아닌가 싶다.   나는 뉴턴이나 이인슈타인처럼 중력을 물리학적으로 해석하지는 못하지만, 철학적으로 중력의 존재를 해석해보고 싶다.  인간에게 있어서 중력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보통의 인간에게 한계를 느끼게 해주는 존재.  아니 중력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에 의해서 발견된거니깐, 인간 원리의 인식론으로 보면 나는 아직도 이기적인건가?

# 비행기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비행기를 사랑한다.  어릴 때는 파일럿이 꿈이기도 했고 비행기 모형들을 사거나 여기저기의 신문이나 잡지의 광고, 관련 기사들을 닥치는데로 모으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는 비행기와 함께 고속전철에도 관심이 많았었는데, 당시 한국에는 프랑스에서 TGV가 들어오는가 안들어오는가로 시끄러웠었다.  독일의 ICE, 영불해협을 건너는 유로스타, 일본의 신칸센등등 당시에 나는 빠른 것들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지상에서 달리는 가장 빠른 것과 실존하는 가장 빠른 것.  하지만 그 것들에는 전제가 있으니 인간이 만든 것 – Human work – 이어야만 했다는 것이랄까?

미국에 오고나서는 국내선을 포함해서 비교적 자주 비행기를 탔던 것 같다.  한국에 나간 것은 아니지만, 나는 비행기를 탈일이 많았다.  한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볼티모어로 가는 야간비행기를 탄 적이 있었는데, 텍사스의 댈러스 공항을 경유해가면서 여러 도시들의 야경을 높은 고도위에서 볼 수 있엇다.  볼 수 있는건 불빛들의 집함이었지만, 그 때 비행기에서 본 대도시들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또 다른 멋진 야경은 미국에 오기도 전 카이로로 가는 대한항공기에서 UAE의 두바이를 경유해갔는데, 오일달러의 자본이 투자된 이 도시는 하늘에서 봤을 때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비행기에서만 볼 수 있는 경치들이 있다.  비행기는 속도의 면에서도 큰 매력이 있지만, 나는 비행기의 고도의 면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건축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나는 인간이 지은 건축물들 중에 가장 눈에 가는 것은 공항인 것 같다.  실용성과 규모, 그리고 한 지역 또는 나라의 현관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관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비행기들이 이착륙하고 계류되며 수리되는 곳.  공항 자체가 하나의 작은 도시라서 그런걸까.  나는 그런 공항의 독립성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질 수 있는 가변성이 정말 좋다.  가본 공항들 중에 마음에 들었던 곳은 여러 군데가 있다.  인천, 간사이, 이스탄불, 두바이, 아테네, 샌프란시스코, 덴버 등.

# 싱가폴
나의 일상과는 조금은 상관 없는 이야기.  내가 처음 경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각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이었다.  당시 한국은 아직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상한 단어로 불러도 될 애매한 상태의 경제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아시아에는 일본 이외에는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나라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있었다.  한국과 같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중 하나라는 싱가폴이 그렇게 잘산다는 것이다.  어린시절 좋은 운으로 당시 존슨앤존슨 코리아 사장 김동양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분의 여권은 잦은 해외출장으로 사증란이 모자라서 두세권을 연장하고 이어붙여서 가져다니고 계셨다.  그분의 여권을 구경하다가 나는 싱가포르의 비자를 보게 되었고, 아저씨에게 싱가포르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그 분이 여러가지 말씀을 해주셨지만 나는 어렸기 때문에 거의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는 기억하는데, 아저씨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걔네는 말레이시아에서 원래 물 수입해서 쓰고 있었는데, 말레이시아랑 사이 나빠지니깐 바닷물 염분제거공장 대량으로 세우겠다는 녀석들이야.”  물론 세계은행과 IMF에서 정의하는 선진국의 기준에서 싱가폴은 부합하지 못한다.  싱가폴은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국가 규모의 경제로는 사실상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개인이 평균적으로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음에는 변함이 없다.  공산주의형 자본주의제도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 보여준 모델.

뭐 그래봐야 아시아에서 선진국은 현재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 어텐션플리즈
일본 드라마중에 ‘어텐션 플리즈’가 있다.  방영 당시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우에토 아야가 주연으로 나왔고 스토리 자체도 매끄러우면서 이해하기 편하며, 캐빈 어텐던트들의 직업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렸다는 점, 그러면서도 오락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되게 잘 만든 드라마 같다.  그 외에도 아이부 사키, 오오츠카 치히로, 니시키도 료, 고이즈미 코타로같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들을 보는 것도 드라마의 한 묘미가 아니었나 싶다.  드라마의 내용은 대충 인생 20년을 막 살아온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여성스럽게 보여지기위해 CA에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열심히 직업 훈련을 받으면서 직업 의식에 눈을 떠서 세계 최고의 CA를 꿈으로  삼게된 소녀 미사키 요코의 이야기.

# 노트북
노트북을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한건 태어나서 수십 번 비행기를 타보면서 처음인 것 같다.  덕분에 이렇게 내가 원하는 작업도 할 수 있다.  비행기안에 탑승한 채로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영감을 얻는 즉시 바로바로 활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컴퓨터를 기술적으로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컴퓨터가 없으면 안되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노트북과 더불어 이번 여행은 전적으로 처음부터 내가 계획했기에 커다란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데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수십 번 넘게 공항을 들락날락하면서 처음으로 면세점에서 제대로 쇼핑도 해보고 이것저것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오늘 쓴 돈은 모두 카드로 긁었기 때문에 언젠가 나는 검소한 삶을 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얼마나 앞으로 더 해나가야 할지는 모르지만, 다음 한국 방문때는 휴가가 아닌 사업의 목적으로 내 나라를 방문해 보고 싶다.

2009년 6월 30일

지속적으로 바뀌는 시간대
알래스카 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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