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대학교 졸업 연설 같은 것들을 읽다가 나처럼 미국에 이민온 한 중국 여자애가 자기는 어릴적부터 공부를 못 할때마다 부모님께 너는 중국의 망신이라는 말을 듣고 그걸로 스스로를 다잡아 강해져서 여기까지올 수 있었다는 성공의 스토리를 게시했던게 기억난다. 다는 아니지만 아마 그 아이는 의대를 갔던 것 같고, 부모님도 그 아이에게 기대가 컸으니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아마 졸업 연설을 했던 것 보면 공부도 끝내주게 열심히 했나보다.
사실 중국의 망신 이런 말은 나에게 있어 그렇게 낯선 표현은 아니다. 나처럼 미국에 이민온 한국애들도 학교다니면서 부모님께 한국 망신이다 이런 얘기로 동기부여를 주입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민자들 부모들은 다들 마음이 비슷한가보다.. ㅋㅋ
나는 엄마의 자랑이라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동기부여는 없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고는 싶다. 부끄럽지 않아야 잘난척도 하고 까불기도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기본적으로는 까불기 전에 까불기 위한 자격 같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세우곤 한다.
물론 이건 엄마만을 상대로하는 것들은 아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자격에 얼마나 객관성이 보장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무튼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정치가를 욕하려는 자들은 과연 떳떳한가? 자신의 문제들을 그저 만만해보이는 정치가들에게 투영해서 비난하는 것은 아닌가? 물론 얼마전에 죽은 장제원을 보면서 착잡하기는 했다. 저렇게 세게 말하던 사람이 결국 한 번에 가버릴 줄은.. 몇 년전에 박원순이 죽은건 별로 안 착잡했는데, 역시 사람이라는 존재는 복합적이다. 정의를 위한다는 사람도, 서민을 위한다는 사람도 단지 정의나 서민을 위하기 때문에 성적 충동이 있거나 없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다. 별개로 봐야하는 것이다. 사생활이 깨끗한데도 병신인가 하면, 사생활이 무지하게 더러운데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뭐든지 강제로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회사에서 이제 13년 차가 되었다. 처음의 굴욕과 불평등한 대우들은 어느정도 타파하고 현재의 자리까지 왔다. 그 동안 죽여버리고 싶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고마운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는 내가 힘이 없을 때 - 그렇지 않아도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에게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들을 잊지 않으려고 해왔다. 물론 중간 중간에 까먹기도 했겠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제발 그만해달라고 할 때까지 언제까지고 보은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그만해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보은이 가능하려면 우선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어야할 것이다.
그들은 왜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을까? 내가 보은할 것 같아서였을 수도 있고, 나는 모르지만 본인들에게 뭔가 이득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부 그런 사람들 덕분에 내가 비뚤어지지않고 일단 여기까지는 올 수 있었다. 아직 그들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나에게도 요즘은 커리어 상담이나 기술적인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 모두가 예전의 나와 비슷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들 중에서도 나같은 사람들이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최대한 호의를 베풀어보려고 한다. 열명 중에 한 두명만이라도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그리고 만약 그 사람이 나중에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 되었을 때 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다.
- 거짓말 하는 사람
-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
얼마전 상무님께서 회사에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를 그저 한 번 싫어하니깐 계속 싫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셨다. 솔직히 상무님은 내가 지금까지 봐온 사람들 중에서 얼마 안되는 나보다 훨씬 똑똑한 분이셔서, 상무님께 이런 질문을 받으면 스스로의 가치관에 대해 한번 더 돌아보게 된다.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거짓말을 한번 한 사람이 뭔가를 뉘우치고 더 이상 하지 않을까? 나는 믿을 수 없다. 그는 목적이 달라지면 언젠가 다시 거짓말을 할 사람이다. 때때로 그와 이득관계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랑 같이 일을 하는 것이 맞을까? 나는 최대한 피해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 방식이 정답인지는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봐야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상무님께서도 그 사람을 안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하다) 거짓말은 딸과 같기 때문에, 딸을 안 쳐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쳐본 사람은 없다.
두 번째는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 요즘 내 마음을 굉장히 어지럽히고 있는 한 사람. 한 때는 열심히 했던 사람. 이 사람에게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아마 내가 사람을 잘못봤다고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이 사람이 아니라 나의 틀린 사람보는 눈에 집착하는 것 같다. 덕분에 요즘은 가슴 한켠이 아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데, 나는 이 사람에 대한 신용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아마 이렇게 된 이상 내 스스로에게도 파괴적인 결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넓게 생각해보면 나는 이제 이런 것들에 대해 너무 귀찮아진 것 같다. 이걸 내 스스로 해결할 수 없고, 누군가가 도와줄 수 없다면 내가 마음을 뜨고 다른 환경을 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조만간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진단을 받긴 해봐야겠다.
이런 간단한 일로 환경을 바꾸고 싶냐고 혹자는 말하겠지만, 그러기에는 나는 지금까지 이런 상황들을 참고 굉장히 오랫동안 한 회사에 머물렀다. 700명이 넘는 우리 조직에서 나보다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은 이제 다섯 명도 채 남지 않았다.
내가 지금 가려는 길이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또 오랜만에 열심히 해볼만한 건수가 많이 생긴 것 같아 다행이다. 요즘 회사 짤리면 1~2년 씩 취직 못하고 노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나는 돈이 없으므로 그러진 못할 것이다. 어차피 회사에서는 당분간 잘리지 않을 테니 회사일은 더욱 열심히 하면서 다른 미래도 그려보자.
나는 솔직히 요즘 그냥 결혼도 해버릴까 싶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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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재명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인생사는 배우고 존경할 점이 많다. 정말 힘든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온 그의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홍준표나 노무현같이 힘든 사람도 있었지만, 이재명도 대단한 사람이긴 하다. 그가 형수에게 쌍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나는 그런 점으로 그를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쌍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를 경계하는 이유는 그의 주변인이 자살했는지 자살당했는지 몇 명이 죽어나가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재명, 홍준표, 노무현처럼 뭔가 독기를 품고 어려운 환경을 어떻게든 이겨내야하는 상황은 이제 한국에는 많이 없는 것 같다. 나라가 잘 살게 되면 나같은 교포도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비비고에서 미국에 만두 디자인으로 특허를 신청해서 중국이 열받았다고 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은, 특허는 출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만두는 누가봐도 중국 음식 아닌가? 어이없는 것은 중국이 열받았다는 소식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이다. 너희들은 김치나 태권도 등을 뺏어가려하지 않았냐고.. 다만 만두는 누가 뭐래도 중국 것이다. 제갈량 얘기만 들어도 만두는 중국 음식 아닌가.. 솔직히 잘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라 색을 빼고 본다면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이미 중국에서 만들어온 김치를 먹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비위생적으로 만든 것이 나쁜 것인데 그것의 출처가 중국인 것. 그냥 무작정 중국을 욕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그런 커다란 경제규모로 보호무역 같은 걸 하는데 많이 치사하긴 하다. 그렇지만 그런 중국의 나쁜짓 때문에 만두 관련 특허를 한국 기업이 낸 것에 대해 중국인들이 섭섭해하는 것을 뻔뻔하게 나오기보단, 너희들이 김치를 너희 것이라고 우겼을 때 우리도 비슷한 마음이었다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대화로 가보면 어떨까 싶다. 중국인들의 일부가 김치를 중국음식이라고 여겨봤자 그들 중 몇명이나 정말 김치를 먹는가? 그에 비해 만두는 한국에서도 많이 먹지만 중국은 안 먹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아무튼.. 정치인들도 그렇고 국민들도 그렇고 다들 사이 좋게 지낼 수는 없는 걸까..?
답답하다 정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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