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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20240406 - 씀

by 스프링데일 2024. 4. 7.

#서서히

서서히 라는 말.  gradually? 무언가의 과정을 거쳐갈 때, 호흡을 가다듬고 한 발짝 씩 템포를 갖추고 나아감을 묘사하는 단어일까?  차분하게 라는 말과 동치될 수도 있을 것이고, 때때로는 게으르게 라는 말과도 동치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무언가를 서서히 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무언가의 일을 진행할 때에도 재빨리 서서히 같은.. 서서히 해도 뭔가가 빨랐던 것 같다.  그런 성격은 어찌보면 조금 급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텐데, 그럼에도 나는 목표나 expected result가 있다면 우선 달려가고 보는 것 같다.  회사의 일도 그런 것이리라.  그렇지만,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예전에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내가 하는 일을 "서서히"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8~9년이 지나갈 무렵, 내가 의식하지 않고 "서서히" 지나온 내 발자국들은 어느 순간 나를 지켜주는 외피가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나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10여년의 경험이 나를 이렇게 지켜줄 수 있는데, 20여년의 경험이 쌓이게 된다면 또 어떨 것인가? 나는 계속 달려가는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와중에는 타협의 과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 스스로와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인간의 본성에 실망한 적이 너무 많았다.  그것은 지위고하나 지식의 유무를 막론하고 폭넓게 펼쳐져 있는 인간들의 어떤 평균적인 특성이었고, 내가 대부분의 인간들에 비해 특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결국 자기 생각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나날들이었다.  지금도 주변에는 실망스러운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며 고마운 사람들,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다.  결국 변해야되는건 내 자신의 마음가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이전의 나는 무언가의 조급함에 쫓기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목표나 expected result가 명확하지 않아서였다.  그 때도 무언가가 재빠르고 부지런했던 것 같지만, 정해진 목표가 없는 것은 방향성이 없다는 것이 었고, 나의 움직임은 어느 한 점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었다.  그저 직선이 아닌, 어느 정도 너비의 원 안에서 맴도는 느낌.  나는 운이 없는 편이었지만, 운이 좋은 편이기도 했다.  회사에는 어느 한 점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작은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말로 하면 소시민들이겠지.  내가 그들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는 소시민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가 잘 되어야 하고, 모두가 행복해야한다.
일단은 내가 잘 되고 행복하면 그런 것은 어렵지 않다. 

나는 서서히 한 발짝 씩 나아가는 중이다.  "매일 1보, 3일이 되면 3보, 3보가 나아가면 2보 후퇴" 라는 어떤 일본 노래 가사가 있었다.  언제나 "성장"만 하고 완성이 되지 않은 사람의 심리상태를 나타내기는 해서 정말 일본스럽기는 하지만, 언제나 "성장" 을 한다는 것은 가능성이나 목표를 염두에 두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가능성들을 보고 있다.

한 가지는 올해 9월, 다른 한 가지는 그보다는 조금 더 걸릴 지도 모른다.
서서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서서히 진행해 나가볼 뿐이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든 나는 받아들일 것이지만, 내가 걸어가기로 선택한 그 길의 끝이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expected result라면, 아마 행복해지는 것은 나 자신만은 아닐 것이다.
 

#재능

학창 시절 때 제일 못하던 것, 미술과 생물.
사회 생활 하면서 내가 아마 앞으로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던 것, Business Development.

아마 아무리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하더라도, 원리 자체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포기해 버린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재능들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곁에서 그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했지만, 체득하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에 그냥 그들의 능력을 부러워하거나,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나의 능력을 제공하고 그들의 능력을 빌리곤 한다.

사람들에게는 많은 가능성들이 있지만, 누구나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나눠지긴 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중에 잘하는 것은 우리는 "재능" 이라고 부르는 것.  사실 무엇이든 재능이 없어도 인간의 노력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극복이 가능한 것들이 많다.  그렇지만 재능이 그 역할을 하는 부분은, 이미 충분한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눠지는 것.  그렇다는 것은 노력이 없다면, 재능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게 아닐지도 모른다.  재능의 유무는 이미 충분한 노력을 한 뒤에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충분한 노력을 한 뒤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 노력은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나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세상에 이렇게 직업이 많이 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라는 꿈이 있었던 사람이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그걸로 끝이던 시대는 끝났으니깐.

미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단순히 복제를 하는 미술은 손재주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겠지만, 무언가를 시각화한다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색의 배치, 오브젝트들의 비례 같은 것들.  수학적으로는 구분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시각화는 나에게 어려운 것.

한편 BD의 재능도 대단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찾아가 우리가 함께 열심히 하면 서로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설명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캐치해내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적게 들어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관철해나간다.  이런 센스의 개량이 머릿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넌센스다.

나의 스탠스는 이런 식이었다.  나와 함께하면 이득은 없더라도 손해가 절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나가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나 귀찮음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건 인간의 본성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일까?  내가 싫은 것은 상대방도 싫을 것 같은데.  내가 줄게 없는데 상대방의 무언가를 “원해도” 괜찮은걸까? 와 같은 생각을 하다보면 자신감이 없어지곤 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 바뀐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안정과 미래를 이야기하며 나와 함께하자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나나 내 주변의 상황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쓸데없는 방황과 주저함을 버리고 싶다.
그저 열심히 하자.

어떻게든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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