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때쯤이면 연례행사처럼 비구름이 다가오지만, 이번의 장마는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홍수나 범람에 관련된 소식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요즘은 밖에 나갈 일이 많이 없어 실내에서 벽들 사이로 필터되어 들려오는 약간의 빗소리들로 그런 기분들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내일은 나도 밖에 나가야 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장마를 기원하는 느낌으로 테루테루보즈를 거꾸로 매달아놓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곳에 못을 박았다면 그들의 재회아닌 재회가 조금 더 길어졌을까? 6주 정도 되는 시간 동안 많은 추억을 쌓았고, 헤어져야 하는 운명을 알면서도 추억을 만들어갔던 미오와 타쿠미, 그리고 그들의 사랑의 증거였던 유지. 영화와 다르게 현실은 보다 잔혹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이렇게 한가롭게 빗소리를 들으며 과거의 영화 회상을 하지만, 사실 오늘은 업무적으로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던 날인 것 같다. 사실 이런 것들도 장마와 같아서 어느 때가 되면 또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시점에 나에게서 거리를 둘 것이라는 예정된 희망 같은 것은 있다.
어떻게든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중국은 뒤늦게 코로나 봉쇄를 해제한 바람에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봉쇄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19년 말 전세계 어느 누구에게도 처음 겪는 상황이었으므로 남들보다 봉쇄를 더 길게 가져간 그들이 특이한 것은 아니다. 나름 자체 백신도 개발했고, 통제 그 자체는 꽤 효과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물론 뉴스만 보고 말하는 것이라 실상은 잘 모른다,) 중국의 사회는 유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뒤늦게 봉쇄를 해제한 바람에 위드코로나로 조금씩 면역을 획득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몇년 정도 늦어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즉 코로나 초기에 타 국가들에서 일어났던 사망자의 급증이 이제서야 그들의 사회에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전문가들이 더 잘 알겠지. 인구수가 많으니 비슷한 사망율을 적용해보면 조금 더 많은 숫자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 같아 슬프고, 이렇게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말하는 내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국의 지도층이 잘못한 점은 한가지. 작금의 상황을 정치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 아닐까. 도시 하나를 봉쇄할 수 있는 능력에 코로나라는 명분을 더해 국민들을 길들이려고 한 현재의 결과는.. 아마도 그들도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지는 몰랐을 것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 몇년 전에는 digital nomad라는 용어가 있었는데, 이걸 일종의 낭만적인 미래의 모습, 새로운 트렌드 등으로 사회에 정착시키려는 풍조가 잠시 있었다. 물론 기술의 발전 덕분에 나올 수 있는 용어였는데, 코로나와 결합하면서 재택근무라는 단어가 개념적인 측면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재택근무는 찬성이지만, 디지털 노마드는 잘 모르겠다. 그걸로 일이 될까? 사실 별로 낭만적인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새해가 밝진 않고 어스름히 찾아온다. 맑은 하늘에 가끔 내리지 않을까라며 비구름을 그리워했던 시절.
그래도 정말 새해가 온다.
뉴 이어.. 이걸 실시간으로 실감하고 있구나,
그러면 예전에 할아버지나 아버지들은 이런 시기를 모두 겪은 거겠구나.
빨간 선생님 보면 한국의 운동권이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사실 지금 한국이 누리는 이 자유는 그들이 목숨을 걸고 어느정도 얻어낸 자유이긴 하다. 이런걸 억제하고 그러는 것에 대한 반항일까? 아니면 자유가 없던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근데 그렇게 해야 자유가 보장되긴 한다. 민주주의가 좋은 제도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고, 힘의 균형이 어느 한 쪽으로 집중되었을 때 힘을 가진 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통제한다면 그건 분명히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그치만.. 지금은 자유가 생겼잖아.
미국은 경기가 어렵다는 소리는 나오지만, 그렇게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것 같지는 않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날씨 변화 등으로 탄소중립 등을 외치는 운동들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들이 다소 급진적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은 아직도 갖고 있다. 물론 온도가 올라가는 것 자체는 진실이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 자체는 인류가 기후변화 걱정을 하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앞으로도 꾸준히 추구해야할 일인 것 같지만, 요즘 기사들을 보면 그저 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드려는 것 처럼만 보이기도 한다. 이런 축적된 온난화 기술(?) 을 지구보다 조금 작은 화성에 적용할 수 있다면 아마 인류의 화성 진출 문제에서 한 가지는 해결될 수 있을 것ㅋㅋㅋ
스페인은 지금 여름날씨라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확실히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기후변화로 활용이 불가능했던 지역들이 활용 가능한 지역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치만, 어느 쪽이라도 급진적인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완전히 고여 썩은 물이 아니라면.
저녁을 배달시켰는데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있었다. 배달하시는 분이 신체가 조금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이런 날씨에 배달을 부탁드린 미안한 마음까지 포함하여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할 것 같다.
오버더초이스를 다 읽었다. 이영도 특유의 문체는 여전히 좋았지만 소재에 비해 이제 내가 너무 나이를 먹어버린 것 같다. 태세우스의 배 개념으로 인식론 같은 얘기를 풀어나가는데, 정체성이 혼란스럽던 예전과는 달리 감정적인 이입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음에 읽을 책은 조금 더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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