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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20121226 - 오버더초이스

by 스프링데일 2022. 12. 27.

어제는 오랜만에 나무위키에서 이영도 옛날 책들을 찾다가 오버 더 호라이즌을 찾아보게 됐다.  이 책은 나한테 있어서 아주 의미가 많은데,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수지에 잠깐 살았었다.  당시 2지구라고 불리던 상현리 신봉리 성복리 같은 곳들은 지금은 상현동 신봉동 성복동 등이 되었고, 신분당선도 들어왔다.  몇년 전에는 같이 과제를 담당했던 분의 친구분께서 상현동에서 꼬치구이집을 하셔서 따라간 적도 있었고.. 아무튼, 수지는 내가 1년도 살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두 명의 가까운 친구가 생겨 지금까지도 안부를 주고 받는다.  한 친구는 나와 방학동 때부터 알던 친구인데 이후에 우리와 비슷하게 수지로 이사온 친구.  나는 그 집에서 한달 여를 신세진 적도 있었다.  다른 친구는 수지에서 만난 친구.  공부를 잘하는 친구다.

이후 다른 곳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간 내가 몇년 후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얼마간의 추억을 쌓은 후 친구들과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하던 마지막 전 날, 홍석이와 찬준이는 나를 수지문고로 데려갔고 거기서 홍석이는 나에게 오버 더 호라이즌을 사줬다.  중학교 때는 드래곤라자, 가즈나이트등 책들을 엄청 파던 관일이라는 다른 친구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판타지소설 덕후였다.  그 친구는 나름 똑똑하기도 해서, 나도 그 친구의 취미를 조금 따라가려고 해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던게 유감이다.  아무튼 판타지소설 하면 관일이가 생각나고, 드래곤라자는 이후 내가 읽게된 이 오버 더 호라이즌과 같은 작가였지만.. 드래곤라자 세계관은 오버 더 호라이즌을 읽은 후에 다시 봐도 그렇게 몰입되지는 않았다.  아마 취향의 차이일 것.

여하튼.. 친구들과 이별한 후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오버 더 호라이즌을 몇 번이나 탐독했고, 집에와서도 시간만 나면 계속 읽었던 것 같다.  그릭고 나서 눈물을 마시는 새까지 따라갔다.

여섯 개의 단편이 들어간 그 소설집에서 이파리, 티르, 케이토, 마하단 쿤 등 단편에 짧게 나왔던 캐릭터들은 등징 빈도와 관계없이 내 기억에 남았고, 이후에 엔하위키에 누군가들이 이 책을 정리해놓은 것을 보면서... 아 그냥 어렸던 시절이다.

판타지소설, 다른 말로 환상문학.  미국에서의 도피처 같은 것들이었던 걸까? 그런데 그렇게만으로 생각하기엔, 이 책은 이후에 나의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염세주의적이고 (물론 난 다 망해야 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명예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인간의 불완전성, 신 죽이기 등.. 중2병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이영도 소설들에 넘치긴 하지만 사실 그건 중2병이 걸렸을 때 읽었기 때문에 그럴 것이고, 해학적인게 조금 많고 지적허영심을 충족시켜주는 부분들이 많아 이상한 추종자들도 좀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눈물을 마시는 새 / 피를 마시는 새 / 오버 더 호라이즌은 그런 것 이상의 깊이가 있다.

그리고 어제로 돌아와 나무위키를 보던 도중 오버 더 호라이즌의 후속작이 이미 2018년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리디북스에 남은 캐시가 있어서 바로 사버렸다.  피를 마시는 새 이후로는 사실 별로 재미있게 본 이영도 작가의 책이 없었는데 너무나 설렜다.

그 당시 고2 정도였던 나는 이제 만으로 34살이다.
시간은 느리게, 하지만 악의를 갖고 확실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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