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비망록

20230117

by 스프링데일 2023. 1. 18.

# 동생

오랜만에 멀리서 동생이 왔다갔다. 언제나 그랬지만 어른스러운 모습이었고, 사실 생각해보면 나랑 세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깐 그건 당연한 것이었을 텐데도, 오랜만에 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특하고 대견하다.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말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 조금 어색하지만, 객관적으로 말하면 내 동생은 멋있다.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지만, 혼자 스스로 먼 땅에서 이것 저것 알아서 일구어 나가는 모습은 언젠가 내가 꿈꾸었던 모습이었던걸까 싶으면서도, 대학교 이후 혼자 살아온 그 녀석의 인생도 나의 그것만큼이나 어떤 시간의 흐름을 거쳐갔던 것일까. 어른이되고 처음으로 진지한 대화를 오랫동안 나눈 것만으로도 그동안 살아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빠는 아마 이런 것을 생각했기에 형제를 한명 더 만들어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동생을 응원하고 존경한다. 자주 보지는 않더라도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멋진 형들도 얼마든지 있겠지만, 난 적어도 이 녀석의 짐덩어리는 되지 않을 것이다.

늘 건강하고, 나보다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 키보드

전자제품을 많이 사는 편은 아닌데, 키보드는 특히 더더욱 그렇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상옥이가 디자인해준 기계식키보드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것이 두 번째인데, 광고로 예쁜 녀석을 보러 들어갔다가 프리오더가 걸려있는 다른 녀석이 더 마음에 들어 한달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는데, 기대하지 않게 동생이 떠나고 도착했다. 지금은 이 키보드로 글을 쓰고 있다. 변형된 빨간 스위치의 소리와 감각이 아직 조금은 어색하다. 그 전에 샀던 키보드는 상필이가 준 마우스에 맞는 로지텍, 이 것도 수년 전.

그리고 그 전에 샀던 키보드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세트로 파는 싸구려 로지텍. 회사에서 얼마 오래 안다닐 것 같아 아무거나 샀었는데, 의외로 근 8년 동안을 잘 써와서 정이 들긴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내일은 어떤 분과 대화를 하기로 했는데 기대된다. 무언가를 바래서가 아니라, 이 사람은 나의 무엇을 봤을까 싶어서. 타인에게서 기원하는 나라는 이미지같은 것이 궁금한걸까? 왜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번 만남에는 대화가 남았으면 좋겠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컴플렉스

누구나 그런 것들이 있겠지만, 나도 그런 것들이 있다. 내 인생이 점점 시시해져가는 듯한, 아직도 내 인생의 주도권을 잡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듯한 그런 컴플렉스. 나이가 들수록 신지의 처지가 더 이해되고, 아마도 나는 그렇지 않기 위해 계속 혼자가 될 지도 모른다. 레이는 마지막까지 남아서 기다렸다. 그리고 신지에게는 마리가 나타났다.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레이의 갈등을 먼저 해결해줘야 나에게도 마리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원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무언가를 원해서 손에 넣어본 적은 없다. 원해서 손에 넣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적어도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20대에 두 명, 30대에도 기억될 사람이 한 명 있다. 아직 30대가 끝나려면 조금 시간이 남았지만 일단 아직까지는 한 명이다.

며칠전 누군가에게 인스타그램 홍보 제안까지 왔다. 내가 오타쿠였던 것을 어떻게 알고 연락했는지 몰라도, 내 취향이 들어간 티셔츠들을 몇가지 팔고 있었다. 대부분이 너무나 오타쿠스러워서 조금 망설였지만, 공각기동대, 에반게리온, 아키라, 카우보이비밥은 괜찮다. 카우보이비밥이 조금더 트렌디 하지만, 나는 나다운 에반게리온을 골랐다ㅋㅋㅋ

# 석유

석유 산업이 앞으로 몇년 간 하향세를 탈 것 같다. 일단 2x리버스를 샀다. 너무 빨리 산건 아니었으면 좋겠다.

# 싫은 사람

회사에는 싫은 사람이 2.5명 정도 있다.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단어 하나조차 섞는게 버겁다. 그들의 문제일까 내 문제일까? 아니면 그냥 커뮤니케이션적으로 상성이 맞지 않는 걸까.. 아,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대학원

조금 기회가 되어서, 할일도 없고 심심해서 대학원을 넣어보려고 한다. 그런데 수학 공부가 좀 필요할 것 같다. 칸아카데미 커리큘럼이 괜찮아 보이는데, linear algebra를 하면 어떨까 싶다. 우선은 pre-algebra부터 하고 있는데, 예전 문제들도 지문을 끝까지 제대로 읽지 않으면 오답이 나와서 조금 스트레스다. 그것 외에도 풀 문제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geometry랑 algebra2까지는 어떻게 되겠고, 그리고 derivative 까지는 어떻게 되겠지만... trigonometry, integral은 좀 자신이 없다. 삼각함수는 일반 수학이랑 조금 달라서 외울게 많아서 조금 걱정이다. 인테그랄 할 때는 고3 2학기였는데, 이 때부터는 대학교를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수업을 아예 안가던 시절이 많았다. 아 시발...

선형대수는.. 아예 답도 없다. 근데 여기까지 해야 그나마 수학의 "기본" 이라도 했다는 생각이 들텐데.. 회사에서 쓰는 수학들은 너무 단조롭고, data scientist 들이 하는 모델링도 표준편차나 k-mean 같은 몇 개를 제외하면 적어도 우리 분야에서는 잘 쓰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사실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대학원도 기회가 되니깐 가볼까인 것이지, 내가 대학원을 목표로 삼은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깐. 걱정이 있다면, 3 월까지 커리큘럼을 다 끝낼 수 있을까 정도의 걱정이 있을 것.

키보드 소리가 좋은데, 오늘은 이제 더 쓸 말이 없다.

어떻게든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일기 >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211  (0) 2023.02.11
20230207  (0) 2023.02.08
20230108 - Controlla  (0) 2023.01.09
20230104 - 겨울의 장마  (0) 2023.01.05
20221231  (0) 202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