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매체

Air, Orchestral Suites No. 3 in D major, BWV 1068

by 스프링데일 2021. 8. 18.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하여 체험한 이야기를 어떤 젊은이에게서 들은 일이 있다.

그는 1.4 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가는 피난 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시간표도 정원도 없는 이 화물차는 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서울을 떠날 때,
포오터블(portable) 축음기와 애청하는 레코오드 몇 장만을
옷과 함께 륙색(rucksack)에 꾸려 넣고 이 피난 열차에 올랐었다.

제대로 달리지 못하던 차가 덜커덩하고 또 섰다.
사람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허허벌판에서 몇 시간을 또 지체할는지 모른다.
이때, 그 젊은이는 축음기와 레코오드를 꺼냈다.

그는 축음기에 레코오드를 얹고 바늘을 올려놓았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 작곡인 ‘지(G) 선상의 아리아’ 였다.
고아하고도 명상적인 바이올린의 멜로디는 눈 온 뒤의 정결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아니, 맑은 공간이 고스란히 공명(共鳴)함이 된 듯,
축음기의 가냘픈 소리가 한결 또렷하게 들렸다.

모든 사람은 오늘의 괴로움을 잊고 경건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스려 가고,
하늘과 땅도 숨을 죽이고, 이 명곡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하던 화차 안이 조용히 가라앉아 버린 것이 아닌가!

지식도, 생활도, 성격도 각양각색인 사람들이, 한결같은 감동에 입을 다물어 버린 것이다.
‘지이 선상의 아리아’ 가 여운을 남기고 끝났을 때,
서양 음악이라고는 전혀 모를 것 같은 한 노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곡을 한 번 더 들려 달라.” 고 했다.

▶음악과 인생 / 박용구

'생각 > 매체'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rice upon a time  (0) 2021.08.13
海が聞こえる  (0) 2021.07.27
세상의 모든 인프제  (0) 2021.07.18
[문학] 山崎豊子 - 華麗なる一族(화려한 일족)  (2) 2008.11.18
2-Piano Sonata in D Major, K.448/375a by W.A. Mozart  (2) 2008.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