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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한국어

근황 - をかし

by 스프링데일 2015. 10. 11.

세이 쇼나곤은 마쿠라노소시를 쓸 때 어떨 때는 굉장히 긴 글을 쓰다가도 어떨 때는 하이쿠처럼 짧은 글들을 쓰기도 했다.


일본문학 배우던 시간에 배웠던 것들은 흥미로운 것들이 꽤 많았지만, 일차적으로 그런 것들을 다 재미를 느껴가며 성실하게 읽지 않았고, 이차적으로 마쿠라노소시의 오카시와 겐지모노가타리의 모노노아와레정도 빼고는 별로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거기다가 겐지모노가타리 책 자체는 별로 재미없게 봐서, 모노노아와레 사상 자체는 나와도 정말 코드가 맞고, 아마 요새 회사 생활에 스트레스 받아하시는 우리 알투로 차장님께서 항상 외치는 nihilism! nihilism! 과도 비슷한 것 같지만, 어쨌든 마쿠라노소시는 블로그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에서 많은 참조가 되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오카시를 이해했는지 아닌지는 별개로 두자
솔직히 모노노아와레 빼고는 하나도 모르겠다.
실체가 있는 것은 허망합니다.




# 취직


취직이야 한지 이제 3년이 다 되어가긴 하는데 굳이 근황 보고에 취직을 쓴 이유는, 취직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글을 쓴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전 버클리에 다니기 전에, 이사도 다 끝마치고 학교가 시작하기 며칠 전, 수업 시작을 며칠 남겨놓고 학교 입학이 어쩌고 하는 중2병 걸린듯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때 내 기억으로 내가 뭐 학벌주의자들이랑 동격이 되지 않으리라 이러면서 웃기지도 않는 세상을 향한 외침 같은 것을 썼는데, 그 말을 그대로 지켰을까? 근데 좀 바뀌긴했다. 인격의 성숙도 이런걸 떠나서, 적어도 학업성취도는 평균적으로 학벌 좋은애들이 좋더라. 근데 좋은 학교에도 병신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였겠지만서도, 한심한 애들은 나이와 전공을 막론하고 얼마든지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처음에 회사 들어갔을 때, 또 내가 "자 이제 내가 취업의 문턱을 넘어서 또 인생의 한 발자국을 내딛었다!" 라고 글을 쓰기엔 그때 나는 계약직이어서 미생 장그래 보면서 눈물이나 질질짜면서 배우느라 글을 안썼고, 정직원 되고나선 사원 나부랭이나 견제하는 차장을 만나서 힘들어서 별로 글을 쓰고 싶지 않았고, 그 이후에 너무 좋은데 변화가 너무 많아서 글을 못 쓰고 있었다.


아무튼 일한지 3년 차다. 난 내가 직책이 뭔지도 모르겠고 내 역할이 뭔지도 가끔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즐겁다. 오늘은 몇달 전에 그만두고 페이스북으로 간 전 상사를 만났는데, 얼굴 좋아보이시더라. 남편이랑 애기들도 처음 봤는데 다들 너무 좋고, 갈비 얻어먹어서 좋았다.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가르침을 주고, 나를 챙겨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내 앞길의 장애물이 되는 사람들보다 많아서 다행이다.




# 학자금 갚음


난 처음에 학자금 포함 빚이 4만불 정도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시간이 가면서 집계가 안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걸 또 다 찾아보니 6만불이 넘더라. 늦게라도 학교에 보내주고 학자금도 빌려준 미국 정부들에게 감사하면서, 얼마전에 다 갚았다. 이제 남은건 카드빚..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예전에 몰던 차 융자랑 학자금은 진짜 죽을 때까지 못 갚을 것 같아서 너무 막막했는데, 갚고나서 뒤돌아보니깐 생각보다 갚을만했다. 나머지 빚들도 다 부으면 곧 끝나겠지.. 그러면 이제 살면서 처음으로 내 인생은 플러스가 된다. 캬캬캬




# 포르쉐


나를 맨날 스토킹 하는 왠 못생긴애가 "아 포르쉐 사고 싶다" 하는 애가 있는데 열심히 일하고 포르쉐 살 돈 모아서 날 사주면 될 것 같다. 차는 잘 모르지만 포르쉐는 아마 좋은 차겠지. 고맙다 정엽아 감사의 마음을 담아 네가 주인공인 만화를 올려줄게.






# 좋아하는 사람


생김. 설레임과 긴장감의 교차가 너무 좋다.




주제마다 길이가 다르지만 뭐 임마 마쿠라노소시라고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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