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많이 다닌 사람들은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어느 한 곳을 확실하게 찍어 말하기 어렵지만, 그러나 돌아갈 곳이 복수의 장소라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사는 곳은 내가 원해서 온 곳은 아니었으나, 어쩌다 보니 삶의 반 이상을 그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나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방인으로서 자신들의 어떤 목적을 갖고 그 곳에 왔으며, 뭔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다. 난 그저 그런 모습들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걸까.
몇년 전 일본으로 가버렸다면 그 곳이 그렇게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말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이 안정된다. 물론 이 곳에 내가 살게 된다면, 또는 이 곳에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의미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기뻤다. 나와 그 사람들 모두, 부디 그 행복을 흘려보내지 않기를.
일기/비망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