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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비망록

20250808

by 스프링데일 2025.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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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는 뭔가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overwhelming 이라는 단어를 한글로 어떻게 표현해야될지는 모르겠지만 벅찬 느낌.  보통 벅찬건 기쁠 때 쓰는말 아닌가 싶기도한데..ㅎㅎ 비즈니스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이전에 약속했던 것 만큼 커지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작년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멀어진 사람들도 있고 가까워진 사람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래도 우상향하고 있는 느낌인 것 같다.

#구름

다만, 많은 사람들의 실적과 운명이 걸려 있는데, 이게 정말 근시일 내에 이뤄질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예전에 어떤 높은 사람 앞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이건 무조건 성공합니다. 참을성을 갖고 기다려주시고, 당장 실적이 안 나와도 억지로 죽이지만 않는다면 무조건 성공하는 사업입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제대로 해보려 하지 않았던 신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그 자체입니다.”

그때 내가 무슨 용기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이 사업이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금은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이 프로젝트가 잘 되길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요즘은 그 열망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어떤 사람은 월급을 위해, 어떤 사람은 명예를 위해, 어떤 사람은 성공을 위해 이 일에 매달린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일까?

회사 일은 여전히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 하지만, 솔직히 요즘은 체력이 조금 달린다. 즐겁던 회사 생활에도 불편한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출근이 기다려지지 않는 날이 늘었다. 업무가 늘어날수록 챙기지 못하는 것들도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의 가능성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부정적인 건 아니지만, 파트장 같은 걸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저 많은 걸 기억하고, 그렇게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노트를 잘 쓰는 것도 아니다. 늘 뭔가를 적지만, 나중에 보면 무슨 내용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처음엔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잘 안 된다는 걸 깨닫고 포기했다. 대신 나는 ‘내용’보다 ‘맥락’을 기억하기로 했다. 맥락을 더듬어 가면, 기억과 비슷한 형태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까 해서다.

이 방법은 업무에 꽤 도움이 됐다. 지표 숫자를 외우는 대신, 지표를 추출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 이번 한 주는 그걸 실전에서 계속 적용했다. 경영계획을 사흘 만에 버전 9까지 만들었고, 관리팀이 아님에도 관리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이건 내가 자신 있는 영역이니, 나와 팀을 위해 하는 건 괜찮다. 다만 바라는 건, 이런 일들이 단지 우리 과제의 잠깐의 생명 연장이 아니라, 먼 미래로 나아가는 시금석이 되는 것이다.

#시금석

시금석 얘기를 하니, 작년 초쯤 회사에 들어와서 ‘디딤돌을 만들겠다’고 하던 어떤 아저씨가 떠오른다ㅋㅋ. 그분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우리 회사 임원으로 왔다면 경력은 분명 대단하실 테고… 나중에 간접적으로도 알게 되었지만, 실제로도 대단한 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회사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계신 걸까?

도움을 주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방해까지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심지어 우리가 하는 일들이 그분 계획이나 생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분이 무엇을 하러 오셨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뭔가 ‘하는 일’이 있어야 맞춰가든 반대하든 할 텐데, 그저 반대당하고 발목 잡히는 느낌만 드니 답답하다. 내 레벨에서조차 이런데, 나보다 더 중요한 일을 맡은 분들은 훨씬 큰 스케일에서 같은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내가 이 임원분의 모든 사정을 아는 건 아니니, 내가 모르는 영역에서 그분이 회사를 위해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과제를 도와줄 수 있는 위치라면, 조금은 힘을 보태주셨으면 한다.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잖아?

그렇게 해서 그분이 우리 회사에 계시는 동안, 우리 과제도 잘 되고, 우리 임원들도 잘 되고, 그분도 잘 되면… 그냥 다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디딤돌 이야기를 안 꺼내는 걸 보면, 애초에 그렇게 진지하지 않았거나, 최소한 우리 회사에서 그걸 하실 생각은 없으신가 보다.

#유레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여러 성격을 갖고 있다. 대하는 사람에 따라 편향된 모습이 나오는 편이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부드러운 면이,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는 예민하거나 거리를 두는 모습이 드러난다. 정말 가까운 사이라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내가 어떤 성격을 보이는지는, 상대가 누구인지, 그 사람과 주로 어떤 대화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통제하려 했다. 아마 그들 자신이 불안했기 때문일 것이고, 나만을 특별히 통제하려 했던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을 거다. 내가 손해를 볼지언정, 통제를 당하진 않는다는 걸. 그래서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그들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했다.

한편, 회사에는 어린 시절부터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는 매일 보는 사이는 아니어서, 내 예민한 면을 보여줄 일이 거의 없는, 그래서 지금까지도 잘 지내고 고마운 분들이 있다. 그분들은 어릴 때부터 나를 귀여워해 주셨고, 내가 까불어도 참을성 있게 지켜보며 나를 적재적소에 써 주셨다. 그때의 고마운 기억 때문일까? 그분들과 그분들의 팀원들은 이유는 몰라도 나에게 호의적이다. 이런 호의는 황송하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어 조심스러우면서도, 또 기쁘다.

나는 이런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든 해왔다. 이상하게도 다른 팀 사람들은 그분들과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왜일까? 그분들이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어서일지도, 업무 방식이 나와 잘 맞아서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도움을 받는 쪽은 거의 나였다. 그래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나 조건 없이 도와드리려 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그리고 그분들 사이에 어떤 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쉽게 말을 걸 지 못했었다. 뭔가 나를 바라봐주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그게 좋았지만, 한편으론 겁이 났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온라인 미팅에서, 어떤 강렬함에 이끌려 오히려 내가 그 아이를 더 알고 싶어졌다.

#웨이모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심심해서.. 아니 뭔가 탈출하고 싶었나? 이직할 생각은 없는데 내가 좋아하던 회사라 이력서를 넣었다.  일반적으로는 몇달 후에 미안합니다라는 메일이 오기 마련인데, 갑자기 하루만에 인터뷰하자고 연락이 와서 오늘은 코딩테스트를 봤다.  SQL은 어차피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려운 것은 그 SQL로 통계문제를 풀으라고 하니깐 답이 없었다.  6문제 중 한 문제가 문제였는데, 주어진 한시간 반의 시간 중 이 녀석에만 거의 한 시간을 썼다.

솔직히 준비를 안했기 때문에 그렇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쉽게 풀 수 있었던 다른 문제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지도 않는다.

조금만 더 이런 시간들을 보내고, 잠시 일상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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