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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EGO based

남의 일이 되어버린 대통령 선거

by 스프링데일 2017. 5. 9.

앨빈 토플러는 이런 말 안했음

 

 

# 과거의 이야기

 

4년 전 대통령 선거가 벌어졌을때 나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었다.  누구보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새롭게 떠오르는 문재인과 유연한 정권 교체를 준비하는 박근혜의 대결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당시 학교 졸업을 앞두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나머지,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당시 대통령 선거에 대한 정보들을 엄청나게 찾아보고 스스로의 생각을 만들었다.  나는 유연한 방법으로 명맥을 이어왔던 새누리당에 커다란 관심을 가졌었고, 물론 노무현도 엄청나게 좋아했었지만 이명박을 이을 다음 대통령은 박근혜라고 굳게 믿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마치 내가 대통령 후보인 것 마냥 온갖 정치병 환자들과 배틀을 벌였고, 생각해보면 나도 정치병 환자였다.

 

그리고 내가 열망하던대로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었다.  스스로에 대해 가졌던 믿음이 박근혜를 뽑아준 사람들과, 조금은 멀리 떨어져있었던 한국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서였을까?  나는 박근혜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었고, 박근혜가 되고나서도 열심히 박근혜를 비난하던 멍청한 빨갱이들을 열심히 공격했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틀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좆ㅋ망ㅋ

 

김우중이 27조, 전두환이 2조 정도 되는 비자금 또는 분식 회계등으로 인해 전국민적인 지탄을 받았고, 지금도 열심히 욕을 먹는 중이다.  근데 400억이 뭐냐.. 스케일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금액의 높낮음을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런 규모의 의혹이 반대파에서 제기되었을 때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대처 방법은 너무나 미흡했다.  뇌물죄를 인정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아버지처럼 철권 통치를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탄핵되었고, 끝까지 열심히 자기 입장만 변호하다가 결국 권좌에서 내려오게 된 우리의 박근혜 전 대통령.  아버지의 영광 때문에 지지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던 그녀가 보여준 정치적 안정성, 그리고 철저한 대북관을 보여준 덕분에 나는 그녀에게 믿음이 갔다.  무엇보다 방법이 조금은 다를지언정 (한국을 자기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자기 나라를 지키려고 했던 그 결단력과 행동력이 얼마나 멋있었는가?

 

김대중 노무현은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 김영삼, 하나회 리더들, 대한민국의 국부들, 권한 대행들까지 모두 어느 정도 부정 부패와 비리, 또는 의혹은 늘 존재해왔었다.  그러나 기존의 대통령들이 보여준 위기관리 또는 대처능력에 비해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북한에 대해서만 제외하고 늘 미흡했던 것 같다.  세월호 침몰 당시 보여준 소통의 부재.  솔직히 "밝혀내라 7시간" 따위의 쓸모없는 구호를 외치는 빨갱이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고? 걔들은 7시간을 밝히는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박근혜를 욕하고 싶은거거든.  부시처럼 7분 동안 아무것도 안했어도 "밝혀내라 7분" 이러면서 시위하고 헐뜯을 녀석들이기에 별로 유의미한 녀석들은 아니다.

 

다만 7시간이든 8시간이든 어떻게 되었던 간에, 세월호 사태 당시 그녀가 보여줬던 위기관리능력은 정말 지지자들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다.  애초에 성격상 정말 7시간 동안 아무 것도 안했을 것 같긴 했어서 나도 정말 속상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의사 결정은 해양경찰청 해체 밖에 없었다.  빨갱이들과 전문 시위꾼들을 막지 못하고, 3년 동안 (권한 정지는 대충 1년 정도니깐 뭐... 그럼 2년?) 이렇다할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또는 못함으로써 그녀의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다만 외교나 경제에서는 어느 정도 선방한 것 같지만, 어차피 후대의 사람들은 그걸 박근혜의 업적 또는 기여로 인정해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보여준 결단력들이 왜 정작 그녀의 "대통령으로서의 의전" 을 지키는 것에서는 위엄이나 카리스마 같은 것들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을까?  나는 그저 행정부가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에 슬픔을 느꼈고, 그걸 개선해나가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기득권 층으로 보이는" 대기업 총수들이나 정치인들을 헐뜯고 다니는 "기득권층이지만 기득권이 아닌 척 하는" 인간들을 지지하는 무뇌아들도 한심하게 보였고, 그런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도 없는 내 자신도 한심했다.  뭐 어쩌라는 것인가.  내가 믿는 가치관들이 객관적으로 맞거나 틀리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대다수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진리이고 대세인 것이다.  따라서 내 가치관에 대한 가치 판단을 내가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니, 그냥 나는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가 모든 것을 내려놓던 말던 사실 나의 가치관 따위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에 별 다른 영향은 없다.  별 다른 영향이 있었으면 내가 대통령 선거에 나갔겠지..ㅋㅋㅋㅋ

 

 

# 미국 시민권

 

어차피 나는 이제는 미국 시민권을 가져버렸다.  한국에서 살던 시간보다 미국에서 살던 시간이 더 길어졌을 시점, 더 이상 재외국민 투표 참가가 나의 인생에 대해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사실 원래부터 없었다) 깨달았을 때 나는 미련없이 국적을 바꿨다.  어차피 내가 한국에 돌아갈 수도 없는 입장이니깐.. 중학교 때부터 여기 쭉 살았으니 나는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도 한 가지도 다하지 않았고, 권리도 한 가지도 누리지 않았다.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지만, 내게 선택권이 생긴 나이가 되었을 때 상황이 이랬다.

 

이제는 재외 국민도 아니고 그냥 외국인이다.  외국인인 내가 한국의 정치 상황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약 관심을 가질 일이 있다면, 내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는.. 아주 한국 사회에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외국인이 되고 나서의 일이겠지.  그리고 그럴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고, 이제 와서는 관심도 없다.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는 사람들이 한국이든 어디에 있든 한심해 보일 뿐이다.

 

 

# 심상정과 김문수, 황교안

 

심상정은 내가 태어나서 유일하게 만나보고 말을 조금이나마 섞어본 한국의 정치인이었다 (당시는 전 진보신당 대표로 국회의원을 안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함).  정치학을 공부하던, 그리고 정치에 아주 관심이 많았던 나는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게 된 이 아줌마에게 많은 기대감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좋았던 것 같고, 복지에 미쳐있어서 복지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복지만 아는 아줌마였던 것 같다.... 마치 노동부 장관을 하면 정말 잘할 것 같은.. 그거 말고 다른 건 진짜 뭔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복지를 하려고 대기업이 양보해야된다는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깐.. 아니 대기업들이 양보하려고 열심히 대기업 만들었냐.

 

나중에 심상정 아줌마가 김문수를 "잊혀진 계절" 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노동운동계에서 심상정도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그 당시를 살지 않았던 나로서는 김문수가 더 크게 다가온다.  개또라이 학생운동을 하던 하태경이 정신차리고 새누리당 갔다가 바른정당 가는걸 보고 언젠가 읽었던 김문수의 정치적 입장 변화가 생각났었다.  (물론 최근 당적을 여러번 바꾼 것을 떠나서 청문회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 - 진행하는 김성태 포함 - 은 다들 멋있었다)  김문수는 충분히 학생운동을 했고, 노동과 복지에 대해 많은 족적을 남겼다.  그가 함께하던 동지들을 뒤로하고 기득권 세력과 합류한 이유는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타협 때문이 아니라, 비기득권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끝내고나서 힘을 가진 기득권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목적없이 기득권들을 비난 하는 비기득권자들을 싫어하고 (좆병신이라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로 비기득권자들을 비판하는 기득권자들도 싫어한다 (개병신이니깐)  다만 김문수를 양쪽을 모두 겪었다.  나중에 망가지긴 했지만 김영삼도 마찬가지였고, 이재오나 하태경도 그랬다.  (한편, 3당 합당 때 안나가고 개긴 노무현도 멋있었다.. 합당한 사람들 만큼이나 노무현도 자기 주관이 뚜렷했으니깐) 잊혀진 계절은 김문수가 아니라 심상정이야.

 

황교안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다.  우리나라에 권한 대행이 많이 없었으니깐.  그렇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일 까지 커다란 잡음 없이 안정감있게 계속 나라를 이끌어준 이 아저씨에게 많은 수고와 감사함을 느낀다.  그외에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김관진 실장님 외 다른 각료 분들도.  그저 묵묵히 불필요한 욕 다먹어가면서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번 선거까지 제가 태어난 나라를 잘 굴러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제 나라도 아니게 되었지만요..

 

 

# 앞으로의 이야기

 

결국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건 사람의 감정인 것 같다.  그걸 투표로 표현하게 해놨으니 참 답답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 그나마 그게 제일 합리적이라는데.  솔직히 세월호에서 학생들이 죽은 건 박근혜 잘못이 아니다.  박근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건 알 것이다.  근데, 박근혜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박근혜를 밀어줄 수가 없다.  사고가 난 것까지는 대통령 책임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위기수습은 대통령 관할이니깐.  단지 사람들이 위기수습이 아닌 사고 그 자체를 박근혜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에는 지금도 염증이 생긴다.  피해자인 학생들과 교사들, 다른 탑승객들은 대부분 죽었고, 가해자인 선장과 청해진해운 관계자들, 유병언 일가는 쫓겨다니고 뒤지고 갇히는 등 별별 수모를 당했지만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박근혜만 내려오면 모든지 끝날 것으로 생각했으니깐.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다른 것이 답답하다.

 

400억 때문에 나라가 뒤집혔다.  400억이 아니라 4원이라도 나라가 뒤집혀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차피 나라를 뒤집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숫자는 그저 선동을 위한 도구일 뿐이고, 그걸 감정적으로 잘 이용하는 정치력 만랩의 인간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자꾸 학생들 가지고 니가족이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일단 내가족이 아니니깐 지랄하지 마라 병신들아.

 

보수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회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으려면 당분간은 안될 것 같아서 안타깝다.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감정이 앞선 사람들이 있을 뿐이고, 그들에게는 투표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사회인 이상 그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하는데, 나나 한국의 보수들이 생각하는 여론을 사로잡는 방법은 군사정권 이런것 말고는 없는건가.. 빨갱이들처럼 이상한 신조어도 만들고 병신같은 선동노래도 만들면서 국민의 감정을 잘 추스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아니 그걸 잘했으면 지금 걱정을 안하고 있겠지..

 

홍준표도 좋고 유승민도 좋은데, 문재인이랑 심상정은 안됐으면 좋겠다.

 

근데 문재인이 거의 될 것 같다.

 

근데 사실 문재인이 되어도, 안철수가 되어도, 홍준표가 되어도, 하다못해 허경영이 되어도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외국인이 되어버린 내 자신이나, 뒤에서만 정치인들을 욕하고 있는 너희들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인생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별로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다.  스스로를 바꾸는건 스스로이지 투표가 아니다.

 

아무튼..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언제나 그래왔듯이 나는 당선된 사람을 끝까지 믿고 존중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 나는 대선에 관심을 가질 자격이 없다 ㅎㅎㅎㅎㅎ 어쩌다가 인생이 여기까지 왔을까 젠장

 

최순실 졸라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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