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사람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다.
바둑의 문외한들은 몇 년 전에 둔 바둑도 복기해 내는 기객의 재주에 감탄하곤 한다.
하지만 바둑을 전혀 둘 줄 모르는 사람이 흑돌과 백돌을 번갈아 바둑판 아무 곳에나 내려놓은 다음 돌을 놓은 순서를 재현할 것을 요청하면 국수급의 기사라 하더라도 재현하지 못한다.
기사는 돌이 놓은 반면의 좌표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돌들의 관계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의 시각 전부에 해당하는 특징이다.
사람은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이나 열을 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자신이 해석한 세상을 본다.
같은 수준의 화가 두 명이 같은 풍경을 그려도 같은 풍경화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남성 여러분의 환상과 달리 한 남자를 세상의 모든 여자가 사랑하지는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제이어 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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