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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tic Lines

버클리오피니언: 5년 - A New Start with Berkeley Opinion

by 스프링데일 2015. 9. 25.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나는 늙고, 내가 늙었을 때 들어온 신입생들도 늙고, 졸업도 하고, 저마다의 길을 찾아 떠난다.  이제는 내 흔적 같은건 별로 남지 않았지만, 참 아이들을 관찰하다 보면 여러가지 배경과 성격을 가진 녀석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고, 저마다의 답을 찾아 그룹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 같다.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에 그 녀석들에게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제한적으로나마 공통점 두 가지 정도는 찾을 수 있었다.
 
귀엽다.  열심히다.
 
왜 귀여웠을까.  일면식도 없는 녀석들이 한 때는 내 것이었던 것을 각자의 색깔을 입혀가며 동아리를 더욱 밝게 빛나게 해서일까, 언젠가 내가, 친구들이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며 다른 답을 찾아가서일까, 그냥 귀여워서일까.  잘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내 뒤에 들어온 녀석들이 방향을 잘 잡은 것인지 가끔씩 후배들과 내가 만들었던 그 것을 관찰할 때마다 무언가의 발전, 그리고 그 발전의 가능성에 대해서 늘 발견하게 된다.  2주 정도 있으면 버클리오피니언이 만들어진지 벌써 5년이 된다.  그 때 나는 아직 만으로 22살이었는데... 지금 하는 녀석들이 그 정도 나이가 되었으려나?  이름도 모를 93년생들에게 시간 초월적 동질감을 느껴본다.
 
비디오는 아마 회장이 처음 2대로 바뀌고 나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바로 뒷 기수의 아이들이라 같이 활동하지는 않았어도 꼬박꼬박 녀석들이 뭘 하던지 관심을 가졌던 것이 기억난다.  그냥 그 녀석들이 웃기만 해도 좋았고, 글을 쓰기만 해도 좋았고, 무엇보다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기들이 해 나가는 것이 좋았다.  그냥 다 좋았다... 그냥 다 좋아서 걔들이 뭐든지 잘 하길 바랬는데, 때로는 나로 인한 부작용도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든다.  녀석들은 창립자라며, 파운더라고 나름 대접은 해주지만, 내가 그런 것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사실 그렇다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구를 그렇게 대접한다면 섭섭하고 열 받는 일이겠지만, 그리고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도 없지만.. 아마도 그건 내 자신도 포함되는 것 같다.  어쨌든 새로운 애들 중에 또 회장 부회장 하는 애들도 나오고, 학교 4년 내내 동아리에 소속하여 자기 자신을 헌신하는 녀석들이 만약 버클리오피니언이 자기꺼라고 주장한다면, 내가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감의 결여 같은 것이 아니다.  내가 상상했던 모든 것을 하고 있는 현재의 녀석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내가 그 때 돈이 더 많았다면, 성격이 더 좋았다면, 좀더 성실했다면 같은 IF 문들을 붙여가는 가정의 연속일 뿐, 그냥 어떻게든 내가 현실화하지 못했던 것을 차근 차근 그 녀석들이 해 나가는게 부럽다.  역사는 내가 만든게 아니라 걔들이 만들고 있거든.. 부럽다.
 

동영상의 아이는 아마 가은이였던 것 같은데.. 신발끈 묶고 나가는게 멋있다... 내 스스로에게도, 후배들에게도, 앞으로 새로 들어올 친구들도 모두 저마다의 신발끈을 묶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물론 버콥 안에서..ㅋㅋㅋㅋㅋ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독서와 글쓰기를 비교적 멀리하게 되었다.  어느 날인가 나는 집에서 컴퓨터를 치워버렸고, 근 반 년동안 제대로 글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 다시 컴퓨터가 생겼으니깐, 가끔씩 끄적여야겠다.  그러다가 보면 다시 옛날처럼 글쓰기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이 되었든 나도, 버콥도, 후배들도 저마다의 형태로 변화해간다.  목적지 같은 건 없다.  다만 지향점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다 흐르고.. 아무리 병신짓을 해도 믿고 옆에 있어주고 똥까지 치워준 나호인이나 끝까지 선배대접 해주며 챙겨준 이다예 같은 애들, 그리고 버콥을 정말 커다랗게 성장시키고 방향성을 제시했던 한상윤 최윤희는 계속 고마움만 가득할듯 기억해야지.  뭐 그외에도 이정환 김성진 이가은 멜로리 서원우 김재민 등등.. 그리고 지금 5대 회장인 김현호 신선영이라는 친구들까지.. 그리고 들어오려고 열심히 준비했던 이재영까지.. 다들 화이팅했으면 좋겠다.

 

I wanted to be where the people were.

그리고 지금은 이제 다시 혼자.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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